“백화점은 물론 거리 곳곳이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를 계기로 중국 공략을 가속하기 위해 최근 현지를 방문한 패션·뷰티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F&F, 이랜드 등 중국 비중이 큰 기업은 우리가 앞서 겪었던 ‘보복소비’가 올해 중국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현지 점포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LVMH, 케링그룹 등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도 중국 경기 급반등을 체감하고 있다.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 때 “쇼핑몰과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일상을 되찾고 있다”며 “당국 지원으로 해외 기업의 사업 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이미 시작된 중국 소비 반등이 2분기부터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분기부터 봄·여름(S/S) 상품이 판매되는 만큼 매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F&F의 중국 내 ‘MLB’ 매장은 800개에서 1000개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랜드도 비슷한 전략을 마련했다. 이랜드 측은 “작년에는 상품, 인구 이동이 모두 멈추다 보니 중국의 보따리상인 따이궁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에는 승산이 있다고 보고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올해 상하이에 35만㎡ 규모의 제2 물류센터를 준공하고, 후아유의 온라인 판매채널을 넓히는 등 중국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길거리 패션 브랜드 ‘널디’를 판매하는 APR은 올해 중국 내 매장을 현재 50개에서 100개로 늘릴 예정이다. 널디는 지난해 매출 910억원 가운데 11%가 중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글로벌 기업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LVMH, 케링 같은 럭셔리 기업과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외식기업도 올해는 중국 시장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태세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저가 중국 브랜드의 품질이 개선돼 이들과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중국 저가 화장품에 밀린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의 매출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F&F의 MLB만 하더라도 중국 안타스포츠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보복소비 국면에서도 중국 투자 확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등을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매출이 급감하면서 사업 확장을 망설이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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