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캐나다 연금은 지난 5년간 연 8.1%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10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수익률은 연 10%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반 급락한 지난해에도 캐나다 연금은 -5.0%로 세계 대형 연기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지난해 -8.3%로 사상 최악의 손실을 냈다. 국민연금 측은 단기적인 시장 악화를 탓했지만 기간을 늘려 잡아도 캐나다 연금과 수익률 격차가 크다. 국민연금의 5년 누적 수익률은 연 4.2%, 10년 수익률은 연 4.7%다. 캐나다 연금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은 결국 지배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민간 투자회사처럼 움직이는 선진국의 기금운용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연금뿐 아니다.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인 공무원·교직원퇴직연금(ABP)은 2008년 APG라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운용을 맡겼다. APG는 ABP의 100% 자회사지만 민간 운용사처럼 네덜란드 내 다른 연기금 자금도 수탁해 독립적으로 운용한다. 스웨덴 공적연금인 AP는 AP1~AP4, AP6 등으로 기금을 분할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노르웨이 연금인 GPFG는 노르웨이중앙은행(NB)의 자산운용 조직인 NBIM이 수탁 운영하고 있다.
CPPIB는 헌법보다 바꾸기 힘들다는 ‘CPPIB 법(Act)’을 통해 이같이 정치적으로 휘둘릴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 CPPIB의 유일한 책무는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기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공공성, 금융시장 발전 등의 문구는 아예 배제했다. 경영진은 정부가 아니라 이사회에 보고한다.
CPPIB는 금융시장의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민간 수준의 급여를 지급한다. 한국계로 CPPIB의 아시아 투자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수이 글로벌 사모투자본부 대표는 지난해 2332만홍콩달러(약 38억원)를 받았다. 기본급만 7억3000만원이었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0억~50억원 정도를 받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핵심 운용역의 전문성은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차이를 만드는 건 사람이 아니라 후진적인 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
류병화/유창재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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