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주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공개한다. 여기에는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는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수출 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과 세제 혜택이 담긴 법안이 필요해 보인다”며 “초안을 마련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는 파격적인 세제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설비투자에 1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8% 세액공제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으로 확대된 안이다. 전년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의 임시공제까지 포함하면 최대 25%의 투자세액공제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세액공제 규모를 정부안보다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정부안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총 세액공제율이 25% 이상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30%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파격적인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산업도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함께 2차전지, 백신, 첨단 디스플레이 등을 국가전략기술로 정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과거와 다르게 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하락한 지지율 및 리더십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대규모 입법 드라이브를 통해 민생 개선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암시 및 여당의 반대로 기대만큼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파격적인 반도체 지원안을 미국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미국의 지원안에 지난달 말 반도체 투자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기류가 변했다”며 “국내 반도체 신규 투자가 모조리 미국으로 빨려갈 것이라는 공포가 의원들 사이에서 퍼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마냥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세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민주당판 IRA가 시행되면 재정 적자폭이 커질 것”이라며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 조건으로 친환경 산업 지원 입장을 고수할 경우 법안 처리가 더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범진/노경목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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