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전력 반도체·SK 산림 조성도 '탄소 크레디트' 받는다

입력 2023-03-07 18:17   수정 2023-03-08 01:37

삼성전자의 모바일 D램 ‘LPDDR5X’는 전작 대비 전력 효율이 약 20% 높다. 이 D램이 들어간 스마트폰은 전기를 덜 쓴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이런 탄소저감 성과에 대해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대가가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탄소배출권 제도하에선 생산 공정 등에서 직접 절감한 탄소량에 대해서만 배출권(크레디트)을 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상황이 바뀐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민간 차원의 ‘자발적 탄소저감 크레디트’ 시장 조성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처럼 기술과 제품을 통해 탄소저감에 기여하거나 산림 조성·보호 활동 등을 하는 기업에 크레디트를 주겠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르면 올 하반기엔 크레디트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별도의 거래소도 운영할 방침이다.

민간 차원의 탄소저감 크레디트 시장은 미국 등 해외에선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비영리법인 베라, 스위스의 골드스탠더드가 운영하는 거래소는 세계 1, 2위를 다툰다. 시장조사업체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 민간 탄소저감 크레디트 시장의 거래금액은 2020년 5억2000만달러에서 2021년 19억8500만달러로 281.7% 급증했다. t당 2~3달러 선에 형성돼 있는 크레디트를 기업들이 활발하게 사고판 영향이다.

민간 크레디트는 기업의 ‘탄소 중립’ 인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마케팅 등에 활용된다. 지난해 6월 ‘탄소 중립 윤활유’를 출시한 SK엔무브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윤활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베라에서 우루과이 산림 조성을 통해 창출된 크레디트를 매입했다. 세계적인 레저 업체 월트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강자 넷플릭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등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매년 10만t 넘는 규모의 크레디트를 구매한다.

민간 탄소저감 크레디트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시장 규모가 2030년 500억달러(약 65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 법제화를 선언했고, 기업도 선제적인 ESG 활동에 나서고 있어서다. 탄소저감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도 예상된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매출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374곳)의 66.8%가 “자발적 탄소저감 시장이 탄소 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의 탄소저감 크레디트 허브로 도약한다는 장기 계획도 세웠다. 관건은 ‘신뢰성’이다. “베라, 골드스탠더드보다 공정하고 빠르다”는 인식이 생겨야 국내외 기업이 대한상의에 인증 요청을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1월 만든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을 유엔이 운영하는 국제항공부문 탄소상쇄감축협약(CORSIA) 등에 등록해 공신력을 높일 계획이다.

황정수/배성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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