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나눈 통화 녹취를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 되려 "(이런 행동이) 안타깝다", "스토커 같다", "같은 학교에 다닌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펼쳐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7일 실명을 밝힌 피해자 표예림씨(28)는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학교 폭력의 공소시효 폐지를 건의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13분 46초가량의 가해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표씨는 방송 '실화탐사대'를 통해 12년간 학교 폭력을 당한 사실을 고백해 화제를 모은 피해자다.
녹취에 따르면, 표씨에게 전화를 건 가해자 A씨는 피해자인 표씨를 회유하거나, 학교 폭력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표씨를 위해 동급생들이 모아 제출한 진술서를 운운하며 표씨를 나무라기도 했다.
가해자 A씨는 "네가 스토커 같다고 느끼긴 했는데 지금은 좀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했다"면서 "궁금한 건 물을 수 있지 않냐"고 운을 뗐다. 표씨가 동창생들로부터 받은 학교폭력 진술서가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모든 방관자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진술자 모두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만약 어길 시 어떠한 민 형사적 책임을 지겠다'"며 진술서 내용을 읊었다. 그는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했는데, 익명성이 보장이 안 됐을 때 어떠한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받는다고 하고 도장을 두 번이나 찍었다"면서 "이걸 안 지키면 네가 법적 책임을 받는 게 맞냐"고 덧붙였다.
이에 표씨는 "익명성을 보장 안 한 친구가 없고, 아직 그 진술서를 적은 친구들을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다"며 "내 부모님이나 애인한테도 얘길 안 했기 때문에 나는 익명성을 보장한 거다"고 답했다.
표씨가 "(익명으로 공개된 진술서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내가 왜 그 책임을 물어야 하냐"고 반문하자, A씨는 "진짜 나는 안타까워서 자꾸 얘기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면서 "나는 진짜 네가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표씨를 회유했다.
또한 A씨는 "꼬투리 잡고 싶은 마음도 없고 네가 자꾸 다른 애들한테 연락한 것도 다 알고 있다. 너도 알겠지만 (드라마를 보고 그러는 건지) 이상하게 선 넘는다는 말이 너무 많다"며 "그래서 나는 진짜로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최근 학교폭력의 실상을 수면위로 꺼내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고 표씨가 나섰다고 추정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표씨가) 집 주소를 캐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누가 보면 스토커인 줄 알겠다고 하지 않냐'는 말은 (네가) 스토커라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표씨는 "확실한 건 알겠다. 네가 무섭다"며 "나도 널 스토커라고 생각하고 신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밤늦은 시간에 이러는 거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어 표씨가 "12년 동안 한 아이를 그렇게 괴롭히면 기억이 안 날 수 있냐"고 묻자, 가해자 A씨는 "정말 미안한데 우리는 너랑 같은 학교 나온 걸 기억 못 한다"며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한편 표씨는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현재 상황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복수하기 위해 (방송에) 출연한 것도, 가해자들에게 대체 왜 그랬냐고 묻고 싶어서도 아니다"라면서 "현재 학폭 피해를 받고 있거나 고소를 준비하려는 분들을 위한 법 개정을 하고 싶어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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