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욱 센트비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설립한 2015년 이후 3년가량의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초창기부터 규제와 투자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 지금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창업 전 외환중개사로 일했다. 외화 거래에서 벌어지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느꼈고, 이로 인한 이용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정부도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했다. 외국환거래법을 바꿔 시중은행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았다.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고 관련 제도가 정비되던 2015~2018년 센트비는 수차례 고비를 겪어야 했다. 초창기에는 규제를 피해 비트코인을 해외로 송금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던 중 가상자산 해외 송금이 불법이라는 판정을 받아 서비스를 접었다. 이후 법 개정에 따라 가상자산 송금업을 하려면 정부의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했다.
어렵게 면허를 받았지만 다른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법 개정과 함께 해외 송금 핀테크 업체가 금융회사로 분류됐는데, VC는 금융회사에 투자할 수 없게 돼 있었다. 외국환거래법은 바뀌었지만 벤처투자촉진법 정비가 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
그는 “계약서 날인하기 사흘 전 VC로부터 투자를 법적으로 못 한다고 연락이 왔다”며 “60명 정도였던 직원을 25명으로 줄이고, 남은 직원들에게 한 달만 기다려 달라고 간청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그는 언론 등을 통해 어려움을 호소했고, 정치권까지 목소리가 닿으면서 벤처투자촉진법이 개정돼 VC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외환 송금 사업에 대한 생소한 인식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투자자에게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분야이고, 국내에서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주로 겨냥한 사업이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냥 이 사업이 너무도 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잡초’처럼 버텨온 센트비는 2019년 규제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자체 기술인 자동외환헤징시스템(AHS)을 도입해 기존 수수료보다 최대 90% 낮추고, 빠른 송금 속도와 간편한 절차로 외화 송금 및 결제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했다. 국내 소액해외송금업자 중 유일하게 외환 리스크 관리를 위한 L&C(Legal & Compliance) 조직을 갖추며 혁신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과 거래액도 꾸준히 늘었다. 센트비를 통해 지금껏 이용자가 절감한 금액이 약 1800억원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이어 올해 초에는 외환 송금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도 진출했다. 2021년 기준 미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개인 송금 규모는 727억달러(약 96조원)에 이른다. 최 대표는 “이제야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셈”이라고 했다.
센트비는 미국에서 한국 또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송금되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말에는 미국에서 기업들이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5년까지 아시아 해외 송금 분야 1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 대표는 “올해는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