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이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었다. 목돈이 생긴 남편이 주식 투자를 하려고 하자, 그 대신 연 4.5% 이자를 주는 1년 정기예금에 가입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분에게 “현재의 물가상승률(5.22%, 1월 기준)도 못 따라가는 정기예금에 투자하면 당신의 투자자산은 미래에 실질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너무 오지랖인 것 같아 조용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사실 돈을 가장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금고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고에 보관되는 돈은 점차 실질구매력을 잃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가령 필자의 학창 시절인 1980년대 초반 신촌에서는 순두부 백반을 1000원 정도에 사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7000원 정도는 줘야 한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돈의 실질구매력이 하락, 즉 돈의 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정기예금에 자금을 예치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작년 하반기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시중 투자 자금(약 150조원)이 정기예금으로 몰렸다. 같은 기간 투자 기간이 비교적 장기인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서도 실적배당형은 약 7조원 감소한 반면 금리 상품 위주인 원리금보장형은 약 46조원 증가했다. 이렇게 금리형 상품으로 투자가 몰린 이유는 평균 정기예금 금리가 5월 1.95%에서 12월 4.3%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으로의 투자는 과연 효과적인 투자였을까? 그 답은 ‘아니오’다. 작년 연간 저축성 예금의 평균금리는 2.7%였으나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즉 작년 한 해 동안 정기예금 등 금리형 투자상품으로의 쏠림 현상은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2.4%인 투자여서 결국 실질구매력을 잃는 투자였던 셈이다. 내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것보다 물가인상률이 높아 자산 가치는 결국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금고 속에 모셔둔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투자의 시계를 장기적으로 가져갈수록 이는 더욱 중요해진다. 지난 2월 말 기준 해외주식혼합 자산배분형 펀드의 3년 수익률은 연평균 7%를 기록했고, 위험 수준도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현격히 낮다. 최근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봐도 약간의 위험을 부담한 글로벌 자산배분형 펀드를 장기로 투자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이기고 내 자산의 실질구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투자에는 위험 자산이 편입돼야 하고,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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