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로 입장해 뉴진스로 퇴장한 尹’
윤석열 대통령의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참석을 두고 한 언론은 재치 있게 이 같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행사장 입장과 퇴장 때 쓰인 음악은 그만큼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19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행사장 중간 뒷문으로 입장하자 배경음악으로 영화 ‘레미제라블’ OST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가 울려 퍼졌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 장 발장이 숨진 뒤 천국에서 다른 등장인물들과 함께 바리케이트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준다.
‘민중’과 ‘투쟁’ 등을 담은 소위 ‘혁명가’란 점에서 이 노래는 진보진영의 집회 현장 등에서 주로 쓰였다. 2016년 11월 27일 ‘박근혜 정권 퇴진 범국민행동 민중총궐기’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청와대 방향을 가리키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등장과 함께 민중의 노래가 나온 건 일종의 ‘사고’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에 “대통령 입장음악으로 이걸 고른 사람은 윤리위 가야 할 듯”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생각은 달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진정한 약자와 서민을 힘들게 하는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자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입장 때 울려 퍼진 ‘민중의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사실 민중의 노래는 윤 대통령이 평소 즐겨 듣는 애청곡이자 애창곡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진짜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가 목숨 걸고 일해야 한다는 결기를 다지자는 취지”라며 “저희들(대통령실 참모) 사이에는 익숙했는데 당에서 어떻게 알고 이 노래를 틀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청년들을 위해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자유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거듭나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로 레미제라블 주제곡을 고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참모는 예전부터 민중의 노래를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쓰고 있었다. 그는 “(사회를) 확 바꾸길 원하는 사람들은 다 가슴이 끓는 곡”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이날 축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 쓰인 뉴진스의 ‘Hype boy(하입보이)’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뉴진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놓고 카카오와 경쟁 중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 걸그룹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담은 유튜브 쇼츠 영상에 뉴진스 하입보이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며 “다만 그래서 전당대회에 쓰인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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