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급변하는 자동차, 핵심은 '라이프스타일'

입력 2023-03-10 08:30  


 -일상 속 자동차 역할 커져
 -수동변속기 스포츠카·대형 픽업 등 다변화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이 대두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광고 영상과 브로셔 등의 매체에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장면을 채워가는 배경이다. 소비자 관리와 신규 유입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행사도 경쟁하듯 열리고 있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을 넘어 일상을 향유하는 모빌리티로서의 의미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된 분위기다. 소비자들의 비대면, 야외활동이 늘면서 다목적성을 만족시키는 SUV가 오랜 기간 인기를 구가하던 세단을 밀어내고 있다. 세단의 빈자리는 다양한 형태의 차들로 대체되는 추세다. 최근 출시된 신차들을 살펴보면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겨냥해 등장한 이색적인 차들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무난함을 중요시했던 과거의 자동차 시장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대표적인 차종은 수입 정통 픽업트럭이 꼽힌다. 얼마 전만 해도 국내에서 보기 힘든 세그먼트였지만 야외활동과 레저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물론, 트레일러 견인을 통한 캠핑이나 낚시, 바이크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GM은 올 초 GMC 브랜드의 런칭과 함께 시에라를 출시하며 국내 풀사이즈 정통 픽업트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쉐보레 콜로라도를 통해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이 국내 시장서 통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며 시장 확장에 나선 것이다. 초기 반응은 좋다. 최초 선적 물량이 완판되는 데까지는 단 이틀이 걸렸다. 여기에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이 함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토요타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특색 있는 차를 국내에 투입 중이다. 토요타는 지난해 스포츠 쿠페인 GR86을 국내 출시하며, 보기 드물게 수동변속기만 제공하는 초강수를 뒀다.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수동변속기를 고집하는데 착안해 후륜구동 수동 스포츠카로서의 매력을 강조한 것이다. 덕분에 판매대수가 많은 제품이 아님에도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2년 가까이 걸리는 오랜 출고 대기에도 GR86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소비자는 아직까지도 수백명에 달한다.

 토요타 알파드 역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타고 도입을 예고한 색다른 차다. 올해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상륙할 알파드는 의전을 주 목적으로 만든 고급 미니밴이다. 일본시장을 필두로 중국과 동남아 시장 등지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국내 출시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전동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 말하며 알파드의 국내 출시가 한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전략임을 밝혔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의외의 신차도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친 셈이다.


 국산차도 라이프스타일에 특화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제품은 지난해 기아가 출시한 니로 플러스다. 기아의 첫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표방하는 차로, 1세대 니로 BEV를 바탕으로 만든 파생 제품이다. 자칫 수명을 다할 뻔한 구형 니로였지만 길이와 높이를 키우고 실내를 키우는 등의 설계 변경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 거주성 향상의 이점은 캠핑 등 각종 레저활동은 물론, 택시나 업무용 등 다양한 용도로의 활용을 지원한다. 170만원의 캠핑 패키지를 선택하면 실내 V2L 콘센트, 러기지 멀티 수납트림, 평탄화 보드, 캠핑 테이블 등 차박 캠핑에 최적화한 품목을 더할 수 있다. 여기에 구형 제품을 기반으로 제작한 덕분에 신형보다 높은 가격대 가치까지 갖췄다. 국산차에선 찾아보기 힘들던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겨냥해 탄생한 상품 구성이다.

 사회적 연결성이 향상되면서 이동의 가치, 그리고 차와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자동차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되고 있는 이유다. 이런 흐름은 세단과 SUV 위주의 천편일률적이었던 국내 시장에 세그먼트의 다변화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제 자동차 회사들은 어쩌면 기술 경쟁 대신 다른 곳에 더 힘을 쏟아야 될 지도 모른다. "누가 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하는지"에 말이다.

정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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