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아 드려요"…패리스 힐튼도 이용했던 '대리모' 산업이 뜬다 [신정은의 글로벌富]

입력 2023-03-09 10:47   수정 2023-03-09 11:16


"저는 은행 대출이 있고 보살펴야 할 아이가 넷이나 있어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대리모 일을 시작해보고 싶어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34세 딜라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미국 땅을 찾아 식당 서빙부터 구두 공장 근무까지 다양한 일을 하다 상업적 목적의 대리모 시설을 찾았다. 미국에서 대리모 수요가 커지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이곳을 찾는 여성도 늘고 있다.

대리모는 금전적 대가를 받는지 여부에 따라 상업적 대리모이타적 대리모로 나뉜다. 또 상업적 대리모는 생물학적으로 아이와 연관성이 없어야 한다.

대리모에 대한 법률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상업적 대리모를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 호주 등은 이타적 대리모만 허용하고 있다. 조지아와 러시아 등은 두 가지 형태의 대리모가 모두 합법이다.
상업적 대리모 규모 2032년 170조원
8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시장 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글로벌 상업 대리모 산업 규모를 작년 기준 140억달러(약 18조4800억원)로 추정했다. 2032년에는 그 규모가 1290억 달러(약 170조3400억원)로 9배가량 커질 전망된다. 난임 또는 불임 부부가 많아진 데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동성 커플, 독신자 등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한 서구 국가에서는 국경을 넘는 대리모 서비스를 찾는 이들도 많다. 대기자가 적고 수수료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국가는 동성애 커플과 같은 특정인이 대리모를 이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 각국의 해외여행이 재개된 것도 전 세계 대리모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리모 지원 단체인 '그로잉 패밀리즈'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리모 규모가 줄었지만, 그동안 억눌렀던 수요가 최근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대리모 시장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대리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국이지만, 출산 건수로 따지면 우크라이나가 1위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리모들이 피난에 떠났고, 고객들은 조지아와 멕시코 등으로 이동했다. 조지아의 상업적 대리모 프로그램 비용은 약 4만~5만달러로 우크라이나와 비슷하다. 멕시코는 6만~7만달러 수준이고, 미국은 평균 12만달러가 넘는다.

멕시코 칸쿤의 한 불임 기관은 "우크라이나 대리모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멕시코에서 다시 붐이 일고 있다"며 "지난해 고객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 해결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대리모는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다. 또 대리모 여성에겐 큰 돈벌이 수단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대리모로 일한 돈으로 가족이 살 집을 샀다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상당한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대리모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에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대부분 재정적인 이유로 이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취약 계층이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맞바꿔 대리모 일을 한다는 얘기다.

많은 대리모 기관들은 대리모가 미망인이거나 독신이고, 적어도 한명의 아이를 갖고 있길 원한다.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임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고, 분쟁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대리모 수수료가 5만~6만 달러라고 가정했을 실제 대리모에게 돌아가는 돈은 1만2000~2만 달러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인신매매 반대 인권단체인 CATWLAC의 테레사 울로아 자우리즈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멕시코를 중심으로 남미 지역에서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대리모를 선택한다"며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많은 여성이 직장을 잃었고,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자녀를 둔 싱글 여성들이 대리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인신매매의 한 형태라고 묘사했다.

현재 각국의 규제가 미비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제 표준이 없다 보니 대리모 보호 장치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영국 등 국가는 대리모 보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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