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시혁, 여의도 등판…"SM엔터 주총 힘 실어달라"

입력 2023-03-09 18:09   수정 2023-03-09 22:59

이 기사는 03월 09일 18: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사진)이 오는 31일 열리는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관투자가 표심 잡기에 나섰다. 서울 여의도를 돌며 SM엔터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와 의결권자문사를 만나 하이브가 추천한 이사진 선임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에 우호적인 SM엔터의 현 경영진이 재선임되면 하이브는 최대주주 지분을 넘겨받고도 정작 SM엔터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 때문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SM엔터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을 보유한 기관들을 직접 만났다. KB자산운용을 비롯한 몇몇 자산운용사 관계자를 만나 하이브가 추천한 이사진 선임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방 의장은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에도 접촉했다. SM엔터 지분 약 4.2%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게임사 컴투스와는 이미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우며 주요 기관과 소통을 늘려나가자 하이브도 ‘방 의장 직접 등판 카드’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방 의장은 기관들에 카카오·SM엔터와 대비되는 차별점으로 ‘정도경영’ ‘투명경영’ 원칙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가 회사에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함에 따라 ‘하이브는 적법한 절차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창업자까지 표심 잡기에 뛰어들면서 업계에선 하이브가 ‘총력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이번 SM엔터 주총 표 대결에서 패배하면 이 전 총괄프로듀서로부터 18.45%의 지분을 넘겨받고도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도 주총 의결권 확보를 위해 분주하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한 기존 등기임원(0.67%)과 얼라인파트너스(1.1%) 등의 의결권 보유 지분이 적기 때문에 기관들의 표를 가져와야만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행사할 의결권 규모는 전체 지분의 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기관투자가들은 선뜻 한 곳에 힘을 실어주기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작년엔 라이크기획 등 최대주주의 대규모 특수거래, 주주환원정책 부재 등 거버넌스 이슈로 결집이 비교적 용이했지만 이번엔 사안이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작년엔 주주행동주의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하이브와 SM엔터-카카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해 선뜻 입장을 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엔 머스트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이 얼라인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은 / 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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