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더 내려간다…부진 심해지면 금융시스템에도 악영향"

입력 2023-03-09 13:56   수정 2023-03-09 17:57


한국은행은 고금리 상황과 주택경기 순환 주기를 고려하면 올해 부동산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해지면 금융시스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3월)에 실린 '최근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를 통해 이러한 시각을 밝혔다. 한은은 2020년 이후 소득 등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조정압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됐지만, 여전히 소득이나 사용 가치 등과 주택 가격은 거리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지적이다.

이 보고서는 "고금리 상황과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며 "향후 하락 기대 심리는 주택가격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주택경기 둔화 및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부동산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 물량을 임대인이 매도할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매매 가격이 기존 계약의 임대보증금을 밑돌 경우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주택 갭투자 건수는 수도권 1670건, 그 외 지역 600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월 기록한 2만2420건, 4790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금융시스템의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9월 기준 업권별 PF 익스포저는 은행 30조8000억원, 여신전문사 27조2000억원, 보험사 44조6000억원, 증권사 27조4000억원, 저축은행 10조6000억원 등이었다.

보고서는 금융권별로 평가한 결과, 은행의 경우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제한적이지만,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대출 연체율 상승, 디레버리징 압력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향후 고위험 PF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신용 리스크 확산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금융 불안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한계 부문을 조기 식별해 정리를 유도하고, 거래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PF 금융은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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