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발행 및 공시 규제 등 투자자 보호책을 담은 가상자산 법안이 이달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소위에 상정됐지만, 지금까지 심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한 채 공회전하고 있다.
정무위는 9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관련 법안 17개를 안건으로 올렸다. 그러나 국가보훈처 소관 법안을 우선 심사하면서 가상자산 법안은 다시 다음달 법안소위로 밀렸다. 정무위 관계자는 "소위가 오전에만 열려 보훈처 소관 민주유공자 예우 관련 법안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관련법은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와 글로벌 거래소 FTX의 파산 등으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자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에는 가상자산 관련 제정안 10개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2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1개 등 총 17개 관련법이 계류돼 있다.
이중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두 법안은 △국외 행위에도 적용하는 역외 규정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와 시세 조종행위·부정거래 행위 등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시장 감독과 검사 권한·처분 권한 부여 등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 규제를 공통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여러 차례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패싱'됐다. 다른 법안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잡히면서 일정이 다시 미뤄졌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지난해 기준 1500만명에 달하지만, 투자자 보호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엔 유통량 문제 등으로 원화 거래 시장에서 작년 상장 폐지된 코인 '위믹스'가 코인원을 통해 재상장되면서 시장 신뢰성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관련법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율 규제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토큰증권(STO)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한 증권상품 도입을 위해서도 가상자산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블록체인이 이끄는 금융혁신, 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STO' 세미나에서 "디지털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이 규율을 하고 디지털자산법이 나머지를 규정해야 한다"며 관련법 도입을 촉구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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