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찾은 충북 진천군 덕산읍 ‘우리델리카’ 공장. 이곳은 편의점 GS25가 지난달 15일 재출시한 ‘김혜자도시락’의 납품 공장이다. 13m 길이 작업대 앞에선 15명의 직원이 위생복을 입고 밥, 계란프라이, 제육볶음, 감자채, 나물, 김치를 차례대로 담았다. 뚜껑을 닫고 제조시간이 적힌 라벨을 붙이면 완성. 이렇게 이곳에선 1분마다 20개의 도시락이 만들어진다.
이 공장은 경기 안산, 군포, 성남 분당 등 경기 남부권역과 충남 공주, 충북 청주의 GS25 점포에 들어가는 프레시푸드(FF)를 만든다. 생산 품목은 삼각김밥, 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이다.
편의점 FF를 만드는 공장에 3월 초부터 활기가 도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12~3월은 추운 날씨의 영향으로 편의점 방문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만큼 편의점 방문객 수가 많아지는 4월부터 신상품을 대거 출시하는 게 업계의 관행이다. 하지만 GS25는 ‘메가 히트 도시락’을 한창 추울 때인 2월에 내놨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늘어난 데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김혜자도시락 2.0의 성공 여부에 대해선 GS25 내에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조차 “김혜자란 이름이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
실무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밀어붙인 결과는 지금까지 대성공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김혜자도시락 2.0 출시 후 2주간 GS25의 도시락 매출은 직전 2주 대비 51% 증가했다.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은 편의점 일반 상품(담배 등 제외) 3500여 종 가운데 매출 1위에 올랐다. 우리델리카의 2월 매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불어났다.
GS25는 이 회사가 설립 초기 은행권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자 믿을 만한 곳이란 사실을 거래은행에 직접 나서 설명해주기도 했다. 당시 우리델리카가 대규모 설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엔 GS25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 초기 공장 생산량이 급감했을 때는 GS25에 납품하는 품목을 다른 식품 제조사에도 공급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줬다.
이우주 우리델리카 대표는 “2020년에 생산물량이 줄고 매출이 급감해 100여 명의 직원이 퇴사했다”며 “올해는 상시채용을 통해 줄어든 인원만큼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천=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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