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군관 나신걸(1461~1524)은 아내 신창 맹씨에게 한글 편지(사진)를 보내 이렇게 당부했다. 그는 함경도 경성으로 발령받아 집을 비웠다. 고향에 남은 부인이 힘들게 농사일을 할까 봐 염려했다. 편지 곳곳에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 있다.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장군)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문화재청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나신걸 한글편지’를 비롯해 세 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나신걸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신창 맹씨의 묘를 이장하던 과정에서 발견됐다. 미라 상태인 피장자의 머리맡에서 편지 두 장이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놓여 있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됐다.
이 편지는 훈민정음이 백성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보여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용하는 어휘, 나신걸의 생몰연대로 볼 때 편지는 1490년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45년이 지난 시점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보급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