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를 반값에 내놓아도 인수자가 없네요.”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금지 이후 한국 택시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마카롱택시의 김충식 대표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그동안 택시 면허를 조금씩 팔아 적자를 메웠는데 이젠 면허를 사주던 사람들마저 다 힘들어졌다”며 “앞으로 택시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비 10억원을 털어넣는 등 끝까지 노력했지만 결국 채권자의 파산 신청을 막지 못했다. 그는 “혁신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바꿔보려 했지만 결국 현실 규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며 “가격 차등화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택시산업 존속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 대중교통 규제 틀 안에선 서비스 차별화도 어렵다. 마카롱택시는 설립 초기 택시 외관을 민트색으로 하고 원할 경우 카시트와 휴대폰 충전기, 물티슈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 탄력 요금제 등 가격 차등화가 어렵다보니 출퇴근 시간, 심야 시간엔 여전히 택시를 잡기 어려웠다. 기존 택시 사업자를 모아 영업하는 가맹 형태이다보니 기사 개인의 서비스 상향 표준화도 생각만큼 안됐다.
마카롱택시가 다른 시도를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규제에 번번이 막혔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 기사 교대’ 사업이다. 택시 기사들이 차고지가 아니라 집 근처에서 교대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지만 결국 규제 때문에 좌절됐다. 택시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김 대표는 “택시 서비스 가격이 고정되다보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 부족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택시 기사 140명 수준을 유지하던 가양동 S택시는 2017년부터 기사 이탈이 본격화해 현재 42명만 남았다. 대표 심모씨는 “기사 부족으로 매출이 줄었는데 비용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기사 월급을 올려주는 건 꿈도 못 꿔 대책이 없다”고 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는 지난해 12월 7만2852명으로 2018년(10만4973명) 대비 30.5% 줄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신산업을 배척하고 밥그릇만 지키다 시대 변화의 파도에 휩쓸린 구산업의 몰락이라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우버와 타다 등 모빌리티 혁신을 막지 않았더라면 법인택시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기득권을 지키려다 결국 모두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택시업계에 ‘메기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규제를 완화해 새 사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안시욱/김우섭 기자 callm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