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돌풍에 조성현 PD가 직접 심경을 전했다.
조성현 PD는 10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반응들이 와서 정신이 없다"며 "사람들이 이 종교들을 알고, (프로그램이) 사회에 화두를 던졌으면 했는데, 벌써 사회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은 이전까지 제 상황을 몰랐는데, 이제 우려를 갖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가급적 집적 등원, 하원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나는 신이다'는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8부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자신을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냉철하고 면밀한 시선으로 살피며 지난 3일 공개 직후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는 신이다'를 통해 집중 조명한 JMS는 정명석 총재가 이끄는 종교 단체 기독교복음선교회의 약칭이다. 정명석 총재는 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8년 2월 출소했다. 하지만 출소 직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금산군 한 수련원 등에서 17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성 신도를 강제로 추행하거나 준강간하고, 호주 국적 여성 신도를 5회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28일 다시 구속기소 됐다.
또한 지난 1월에도 20대 한국인 여성 신도 1명에게 추가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여성은 고소장을 통해 2018년께부터 정 씨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충남 금산군 소재 교회시설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정 총재 측은 '나는 신이다'가 방송되기 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MBC와 넷플릭스는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JMS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프로그램 중 JMS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각 판결했다.
방송 이후 '나는 신이다'는 국내를 비롯해 홍콩 등지에서도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1위에 등극했다. 홍콩은 '나는 신이다'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린 메이플의 고향이다.
JMS 외에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의 만행들이 적나라하게 다뤄졌고, 이전의 매체보다 사실적인 접근으로 충격을 안겼다. 사회적인 관심이 커진 만큼 조성현 PD 등 제작진과 '나는 신이다' 제작에 참여한 탈교자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에는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그램명이 노출되지 않았고, 경호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조성현 PD 역시 간담회를 마친 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혹시 모를 신도들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나는 신이다'에서는 JMS를 꾸준히 폭로했다는 이유로 아버지까지 테러당한 김도형 단국대 교수의 사례도 소개됐다. 김도형 교수는 엑소더스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JMS의 실체를 꾸준히 알려왔다.
조성현 PD는 "김도형 교수님 가족의 일은 20년 전에 벌어졌고, 그런 일이 저에겐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무엇이며, 메이플의 숙소 앞에서 진을 쳤던 상황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괴리는 있다"며 "(안전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실제 벌어진 상황 속에서 위협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더불어 메이플에 대해서도 "안전한 집과 24시간 경호원, 보안요원이 항상 동행하고 있다"며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나는 신이다'를 향한 높은 관심과 함께 "사이비 종교 관련자를 색출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정명석 총재와 관련해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 김도형 교수가 "KBS 내에도 JMS 비호세력이 있다"는 폭로 이후, KBS는 "즉각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성현 PD 역시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사회 고위층으로 불리는 사람 중에 신도가 정말 많다는 걸 느껴서 놀랐다"면서 "(소속돼 있는) MBC와 협업을 진행한 넷플릭스에도 신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도 색출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조성현 PD는 "그분들은 종교를 선택했을 뿐, 믿음 자체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진 않는다"며 "그 사람들이 마치 잘못된 사람으로 비치는 건 우려스럽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교주와 리더라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걸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부모로 인해 강제로 사이비 종교에 휩쓸리게 된 2세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 줄 것을 당부했다. 조성현 PD는 2세들에 대해 "선택권도 없이 부모로 인해 그들이 겪는 피해를 본 사람들"이라며 "프로그램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신이다'를 향한 높은 관심의 배경으로는 사실적인 묘사로 분석했다. '나는 신이다'에서 공개된 내용들이 완전히 새롭지 않았지만, 사실적으로 접근했기에 이만큼의 파급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때문에 "50번 쌌어"라는 정명석 총재의 녹취록, JSM 신도들의 나체 영상, 노출이 있는 재연 영상 등에 대해서도 "그것이 피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조성현 PD는 "이전에도 많은 매체와 언론이 사이비 종교를 다뤘는데 왜 지금까지 계속됐느냐고 반문하고 싶다"며 "50번 쌌어"라는 정명석의 목소리에 대해 "JMS 측에서는 신도들에게 'AI로 조작한 거다'라고 한다"고 폭로했다.
또한 여성들의 나체 욕조 장면에 대해서도 "'불편하다'고 하는데, 이전에도 모자이크돼 정말 많이 나간 자료"라며 "처음엔 JMS가 어떻게 말했냐면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조작해서 저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고, 후에 시간이 동영상 출연자가 내부자라는 것이 알려진 후 '비키니 입고 찍은 영상이다'라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방어논리를 세워나갈 것"이라며 명확하게 사실을 보여줬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선정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성적으로 어필한다는 것임을 짚으면서 "그걸 보면서 섹스어필하였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어 "정명석은 그 영상에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참담함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넷플릭스에서도 우려를 표했다"며 "하지만 저는 제작자 입장에서 '50번 쌌다'라는 걸 가장 먼저 넣어야 한다고 했고, 그런 의도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JMS뿐 아니라 아가동산에 관해서도 관심을 독려했다. 조성현 PD는 "조만간 (아가동산 측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해서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아가동산 측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저도 우려하고 있다. 언제 내려갈지 모르니 힘들어도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부탁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자식들도 우리 눈으로 보고 나면 가스라이팅이,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을 거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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