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한 벌을 고른 직장인 이모 씨(60)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예전 일이지 않느냐.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며 계산대로 향했다.
2019년부터 이어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사그라들면서 일본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오프라인 매장 재정비에 나섰다. 암흑기를 거쳐 지난해부터 실적이 기지개를 켜자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이날 개점한 유니클로 롯데몰 김포공항점은 지난해 12월9일 문을 닫았다 이날 다시 열었다. 다만 매장 규모는 종전 2개층에서 1개층으로 줄어들었다. 기존 롯데몰 1층 격인 GF층과 2층 격인 MF층을 쓰다가 MF층만 사용한다. 과거 유니클로 매장이 있던 GF층에는 나이키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니클로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대부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냉감 제품 '에어리즘'을 구매한 성모 씨(57)는 "불매운동이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최근 정치적으로도 협력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남편은 유니클로 옷만 입는다"며 웃어보였다.
일본 불매운동에서 돌아선 2030 소비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원피스를 구경하던 강모 씨(26)는 "불매운동을 했었다"면서도 "이젠 그냥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불매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모 씨(35)는 "진정한 '노 재팬'은 일본 제품 구입 여부에 달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찾은 매장에서는 종이 쇼핑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유니클로가 친환경 정책 등 브랜드 이미지 회복으로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니클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쇼핑백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의류 폐기물을 없애기로 하면서 일회용 가방 대신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가방에 구매한 의류를 넣어주고 있었다.
유니클로 매장 수는 불매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2019년 8월 말 190곳에서 지난달 126곳으로 30%가량 줄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충남 서산, 경기 군포 등 지방에는 신규 매장을 늘렸고 같은해 말에 들어서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일산점, 아이파크몰 고척점 등 수도권과 주요 도시 중심으로 다시 신규 매장을 늘려가는 분위기다.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 실적은 회복세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지분율 51%)과 롯데쇼핑(49%)의 합작법인인데, 2022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은 7042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5824억원)보다 20.9%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148억원으로 전년(529억원) 대비 116.8% 뛰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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