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베팅하는 게 낫겠다"…버티던 개미들 '눈물' 쏟은 이유

입력 2023-03-11 07:01   수정 2023-03-11 13:36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강원랜드의 개인 주주들은 속이 타고 있다.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뚝심 있게 강원랜드를 사들이고 있지만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의 잠재적 고객이 해외로 떠나고 있어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강원랜드 주식을 23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이 기간 유가증권·코스닥시장 개인 순매수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1월 30일부터 전날까지 29거래일 연속으로 개인 투자자(개미)는 강원랜드를 순매수하고 있다.

개미의 '사자'세와는 달리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개미들의 손실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강원랜드는 전일 대비 380원(1.98%) 하락한 1만8810원에 마감했다. 올해 초에 비해 19% 가까이 떨어졌으며 52주 최저가(1만8730원)와의 차이는 불과 80원 차이가 난다.

강원랜드 종목토론방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종토방을 보면 '카지노는 망하지 않는 산업 아니었나요? 주가가 왜 이런 거죠?', '주식을 사는 것보다 강원랜드 직접 가서 베팅하는 게 낫겠다.', '실적은 나아졌는데, 주가가 계속 내려가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랜드 실적은 지난해 방역 정책이 완화되며 개선됐다. 강원랜드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조2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1.2%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176억원, 1156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세는 꺾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강원랜드의 매출액과 영업익은 모두 우상향했지만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 분기보다 80% 넘게 줄었다. 매출액도 16%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도 이 점을 지적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국인 카지노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를 오래 누리지 못했다"며 "4분기부터 내국인의 레저 수요가 해외여행으로 쏠려 강원랜드의 실적이 불안정했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내내 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며 "내국인 카지노 수요가 안정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NH투자증권은 강원랜드의 목표가를 3만3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21% 낮췄다.

최근 한국과 중국 간 항공편이 확대되며 서비스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돼 내수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내국인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GKL, 파라다이스 등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큼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강원랜드를 방문한 외국인은 총 5236명으로 전체(57만3678명)의 0.9%에 불과했다.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자를 고려할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주가가 바닥 수준이고, 해외여행으로 쏠린 수요가 분산되면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 이전보다 영업시간과 테이블 수가 늘어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강원랜드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로 낮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2018년과 2019년 강원랜드의 PER은 23.03배와 18.92배였다.

한편 강원랜드는 지난해 9일 이사회를 열어 주당 350원을 현금 결산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시가 배당율은 1.5%다. 배당금 총액은 약 710억원이며 종전 44~50%였던 배당성향을 61.4%로 높였다. 다만, 3년 전 마지막으로 지급했던 배당금 900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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