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 신고에 문 열어보니…객실 안 '쓰레기' 한가득

입력 2023-03-10 18:00   수정 2023-03-10 18:01


한 여성이 서울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 객실을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 채워 엉망을 만들어 놓은 뒤 잠적한 일이 벌어졌다.

1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대 여성 A씨는 서울 강남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을 월세로 계약했다.

그러나 A씨는 첫 달을 제외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연락 두절 상태로 월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주 B씨는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려고 했으나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입주민이 "옆 방에서 악취가 난다"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B씨는 행여 A씨가 객실 내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았을까 우려해 경찰과 구급대원을 동원해 문을 따고 해당 객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객실 주방과 욕실, 침실 등 방 전체는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찬 채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은 A씨가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있을 수 있을 것을 우려해 이를 파헤쳐봤다. 다만 택배 상자, 가득 찬 종량제 봉투,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남은 일회용품 등 쓰레기의 흔적만 가득했다.

아울러 B씨가 경찰 등과 함께 방에 들어갔을 때의 공기는 차갑고 바닥은 뜨거웠다. 냉방과 보일러 모두 최고 온도로 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지훈 변호사는 "재물손괴죄나 업무방해죄를 따져볼 수 있다"며 "쓰레기 처리 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형사 처벌 보다는 민사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청구가 B씨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판단이다.

이어 그는 "A씨가 객실 내 물건을 부순다기보다는 '저장강박증' 비슷하게 쌓아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저장강박증이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저장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습관이나 절약 또는 취미로 수집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이 같은 증상이 심한 경우, 전문가들은 치료가 필요한 행동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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