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내쫓고 법원 탓하는 HUG

입력 2023-03-10 18:24   수정 2023-03-11 00:32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사기로 떠안은 빌라에 거주하던 세입자가 6개월도 안 돼 퇴거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퇴거 통보를 한 강제관리인이 HUG가 직접 추천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HUG 측은 “퇴거 통보는 법원이 하는 일이어서 우리와 무관하다”며 발을 빼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법원은 강제관리주택의 계약 등을 담당하는 관리인으로 HUG가 추천한 A씨를 그대로 수용했다. HUG는 지난달 “건물 관리 주체를 법원이 정한다”며 “관리인이 현장에서 한 일이라 논란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세사기 빌라를 떠안은 HUG는 채권자로서 경매 전까지 건물을 관리하고 운영할 당사자로 이 관리인을 법원에 추천했다. 이후 HUG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활고를 겪는 이들에게 단기 임대 사업을 했다. A씨는 세입자들을 모집할 때 “계약 기간은 6개월이지만 연체가 없을 경우 재계약이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사실상 경매 낙찰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저렴한 값을 내며 무기한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UG는 입장을 돌연 바꿨다. 대리인인 A씨도 세입자들에게 “추가 연장은 어렵다”며 “방을 빼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세입자 상당수는 “HUG가 약속을 어겨 살 곳을 잃었다”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채권자 추천으로 강제관리인이 지정된다고 보고 있다. 채권자인 HUG의 뜻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의미다. 법원 관계자는 “강제관리인은 채권자 대신 현장 일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채권자(HUG)의 의견이 가장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세입자와 강제관리인 간 갈등이 있지만 HUG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 측은 “채권자인 HUG가 문제가 있는 강제관리인을 다시 선임해 달라고 재요청할 수 있다”며 “다만 아직까진 HUG 측의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HUG 측 관계자는 “A씨를 추천한 것은 HUG가 맞지만 관리 당사자는 법원”이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장강호/조철오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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