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여년 역사의 파리오페라발레(POB)에서 최초의 흑인 '에투알'(수석 무용수)이 서울 공연에서 탄생했다.
12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전날(11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30년만에 내한한 POB의 '지젤' 공연이 끝나고 예고에 없던 에투알 지명이 이뤄졌다.
호세 마르티네즈 POB 예술감독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 "POB 무용수들에겐 공연 후 관객들과 나누는 아주 특별한 순간이 있다"며 "바로 에투알 지명이라는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POB의 총감독인 알렉산더 니프의 동의를 얻어 기욤 디옵을 에투알로 임명한다"고 덧붙였다.
POB는 엄격한 단원 승급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카드리유'(군무진), '코리페'(군무 리더), '쉬제'(솔리스트), '프르미에 당쇠르'(제1 무용수), '에투알'(수석 무용수) 등이다. 이중 가장 높은 에투알은 결원이 생길 때마다 예술감독과 극장 대표 등이 상의해 지명하는 구조로, 에투알이 된다는 건 곧 세계적인 무용수란 '인증'과도 같다.
올해 24살의 기욤 디옵은 당초 쉬제 등급으로 프르미에 당쇠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에투알에 지명됐다. 2018년 POB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코리페로 승급한 뒤 1년만인 올해 쉬제로 승급하며 주목받았다. 이번 공연에서 알브레히트 역은 에투알 위고 마르샹이 맡기로 돼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무릎부상으로 대신 이 역을 맡게 됐다. 선배의 부상으로 잡은 기회에 에투알 승급이란 경사까지 누리게 된 것.
이날 최초의 흑인 에투알에 지명된 기욤 디옵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료 무용수들도, 바라보는 관객들도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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