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된 뒤 각종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민의 안전이 위협 받는 일까지 벌어지자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개정을 요구한 데이어 여야 정치권도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차별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가득한 현수막이 국민들에게 짜증을 유발한다"며 "필요하다면 법 개정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당의 현수막이 급증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야권도 가세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민 불편으로 개수를 제한하고 위치를 특정하는데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현수막 관련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고 재검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개정안에 따라 정당 정책과 정치적 현안에 대해 별도의 신고나 허가 없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다. 지정 게시대 이외 다른 곳에도 현수막 설치가 가능해졌다.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 받고 있다. 차량이 많은 사거리 등에 걸리는 현수막의 특성상 자극적인 문구나 색상이 운전자의 시선을 끌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인천 송도동에선 한 여성이 전동킥보드를 타다 현수막 끈에 목이 걸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늘어나는 현수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을 어느 장소에나 달 수 있게 돼 시민들의 제보나 신고가 들어와도 지자체가 철거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폭증하자 인천시는 3일부터 현수막 전담반을 운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경남도는 각각 9일과 12일 행정안전부에 정당 현수막 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서울시 개정안에는 읍·면·동 당위로 현수막 개수를 1개로 제한하고 크기는 10㎡ 이하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서울시는 2월 28일 구청장 회의를 열어 글자 크기를 조절하고 표시기간인 15일이 경과한 현수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가이드 라인에 대해 논의했다. 행안부는 14일 17개 시·도의 현수막 처리 업무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어 의견을 듣고 개정안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강근식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당은 최대한 사람들이 많은 곳에 걸고 싶어할 것"이라며 "지자체의 처리 방식과 현수막을 거는 이들의 목표가 서로 상충해 좋은 대책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현수막이 주는 정보의 편익보다 시민 불편등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디지털 사회에 걸맞는 SNS 등 다른 방안을 고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봉민 기자 bongmin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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