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중소형도 청약 추첨…2030세대·1인 가구 '관심'

입력 2023-03-12 17:25   수정 2023-03-13 00:36


서울 청약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로 거주 지역·무주택 요건이 풀린 데다 다음달부터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에서도 추첨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청약시장을 둘러싼 겹겹이 규제가 잇따라 해소되면서 중소형 주택형을 노리는 20~30대 젊은 실수요자와 1인 가구 등 청약 저가점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 3구·용산에서도 중소형 추첨제 도입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 추첨제를 도입한다. 기존 가점 100%였던 전용면적 60㎡ 이하는 가점 40%, 추첨 60%로 조정된다. 전용 60~85㎡는 가점 70%, 추첨 30%로 바뀐다. 기존 가점 50%, 추첨 50%였던 전용 85㎡ 초과는 중장년층이 대형 주택형을 선호한다는 점을 반영해 가점제 비율을 80%로 높인다.


올해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분양을 추진 중인 단지는 래미안원펜타스, 래미안원페를라, 청담삼익롯데캐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이 있다. 대규모 단지가 잇따라 출격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첨제가 대폭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청년층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 기회가 높아진 셈이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가입 기간 등 가점을 더해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방식의 가점제와 달리 추첨제는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은 20~30대 수요자나 1인 가구 등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정부가 올초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 적용되는 추첨제 물량이 크게 늘었다. 비규제 지역에선 중소형 물량의 60%가 추첨제로 공급되고 있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는 가점제 40%, 추첨제 60%가 적용되고 있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100%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5년6개월 만에 추첨제가 적용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아파트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지난 7일 일반공급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이 198.8 대 1에 달했다. 이 단지는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푼 뒤 서울에서 처음 분양한 물량이다. 정부 규제 완화로 전매제한 기간도 1년으로 줄어 당첨됐을 때 입주 때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부담하는 대신 1년 뒤 분양권을 팔아도 된다.
추첨제 대폭 확대 속 ‘영리한’ 청약 전략은
전문가들은 다음달 이후 서울 ‘알짜’ 지역에서 추첨제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저가점자의 청약시장 유입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움츠린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도금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해 청약 여건도 개선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청약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며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의 청약 흥행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가점이 아닌 ‘운’에 따른 당첨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추첨제 물량에 수요자가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 들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미국이 다시 긴축의 고삐를 조일 수 있어 청약 전략에 눈치 싸움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주택 거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금리 충격’에 따른 집값 하향 조정이 재차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청약에 나설 때 주변 시세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인근 지역의 집값 전망을 미리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첨제 물량이 늘었다고 무작정 청약에 나서는 것보다 입지, 분양가, 단지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청약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최근 공사비 급등 이슈가 불거지고 있어 강남 3구는 분양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저가점자의 참여가 늘면서 경쟁률이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 입지나 인프라가 좋은데도 청약보다 유리한 급매물이 나올 수 있어 주변 시세를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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