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펑의 후임 주룽지 전 총리는 “나는 당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말도 꺼리지 않을 것”이라며 장쩌민과 대립각을 세우고 국유기업 개혁 등을 밀어붙였다. 이런 권력 구도가 바뀐 게 시진핑 현 주석 집권 후부터다. 시 주석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던 리커창 총리는 10년 동안 류허 부총리 등 시 측근그룹(시자쥔·習家軍)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다 최근 소리 없이 은퇴했다.
견제가 사라진 중국에선 ‘1인 종신 집권’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3연임을 확정지었다. 공산당 창당 7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952명의 대표가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집권 1기 때만 해도 반대(1표)·기권(3표)이 있었으나 연임 때부터 싹 사라졌다. 대신 이날 3연임 대관식 때는 박수가 등장했다. 그가 취임 선서를 위해 단상으로 올라갈 때 ‘전례 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고, 다른 고위 간부들도 얼떨결에 일어나 박수를 따라 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해외 언론들은 당(黨)·군(軍)·정(政)을 한손에 틀어쥔 시진핑 1인 시대의 ‘진풍경’이라며 “충성 경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주요 보직을 모두 측근으로 채워 넣고 있다. 총리엔 비서실장 출신 최측근 리창을 앉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역대 최약체 총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되는 것은 절대권력의 향배다. 집권 10년 동안 중국몽을 주창해온 시 주석은 임기 내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올해 업무보고 때도 ‘전시체제’ 전환을 강조했다. 주먹을 불끈 쥔 취임 선서 모습은 브레이크 없는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듯하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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