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제계에 따르면 김 회장직무대행은 최근 전 직원을 모아놓고 시장경제 교육에 나섰다. 그는 “1890년대 조선을 네 번 방문한 영국의 비숍이라는 여성은 ‘한반도의 조선인은 게으르고 어리석은 하류 인간’이라고 묘사했지만, 연해주에 이주한 조선인에 대해선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같은 민족이지만 사유재산 보장 여부와 공동체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다른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직무대행의 지적이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한동안 국가주의적 ‘레짐(묵시적인 규칙)’이 통용됐으며 이는 지금도 부지불식간에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남아 있다”며 “이제는 국가보다 민간이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론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기반으로 민간이 알아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 말미엔 전경련에 주어진 과제에 관해 설명했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담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조직은 전경련이 유일하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전경련은 김 회장직무대행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연 형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직무대행의 최근 행보와 관련, 경제계에선 한때 재계 ‘맏형’이었던 전경련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과 미래청년기금(가칭)을 마련하는 주체가 됐고, 일본 반도체 분야의 장비 수출 규제를 원상복구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를 대표해 온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번 방일에선 한발 물러서며 전경련을 밀어주는 분위기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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