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공연이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감탄 섞인 박수가 쏟아졌다. 신이 내려준 재능을 가진 모차르트와 그렇지 못한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한 남자, 주인공 안토니오 살리에리를 연기한 배우 차지연(사진)에게 향하는 박수였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피터 셰퍼가 쓴 이 희곡은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연극으로는 토니상 5개 부문, 영화로는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이다. 1인자를 질투·시기하는 2인자의 심리를 가리키는 ‘살리에리 증후군’도 여기서 나왔다.
연극에서 살리에리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리가 주인공인 데다 15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살리에리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10여 분에 불과하다. 살리에리는 이야기 속에서 다른 인물과 함께 호흡하는 동시에, 중간중간 독백 등의 장치로 이야기의 바깥에서 사건의 배경과 이면을 설명해주는 해설자 역할도 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와 같은 시대를 살며 빈의 궁정 악장까지 지낸 실존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 그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 방탕한 삶을 사는 모차르트를 질투하면서도 그의 음악을 동경하는 양가적 감정을 지녔다. 모차르트의 앞길을 막으면서 죄책감과 내적인 갈등에 휩싸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로 관객의 공감을 유발한다.
성별의 차이를 넘어선 차지연의 연기는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살린다. 표정이나 목소리를 억지로 남성의 것으로 흉내 내지 않아도 충분히 자연스럽다. 오히려 살리에리의 내적인 면에 더 집중하게 한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모차르트에게만 재능을 내려주고 자신에겐 욕망만을 준 신을 향해 울부짖는 장면은 ‘카덴차’(협주곡이 끝나기 직전 나오는 화려한 솔로 연주)를 연상케 한다.
뮤지컬처럼 음악을 듣는 재미도 있다. 극중극 형식으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등을 성악가가 등장해 직접 부른다. 그 밖에 ‘작은별 변주곡’, ‘레퀴엠’ 등 모차르트의 인생과 밀접하게 연관된 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만 극 전개 중 대사가 너무 많아 연기하는 배우도, 보는 관객도 숨이 찰 때가 있다. 공연은 다음달 11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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