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차세대 반도체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통해 경쟁사와 초격차를 유지하고 반도체 불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13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지난해 입사한 박사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반도체연구소는 차세대 제품·공정을 개발하는 삼성전자의 핵심 조직이다.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가 5~10년 뒤 산업을 주도할 기술을 담당한다면 반도체연구소는 1~2년 뒤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사업부의 제품 양산을 돕는다.
이 회장은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반도체연구소를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예정”이라며 “커나가는 조직에서 일하는 여러분은 정말 행운아”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 ‘M램’ 개발 담당 직원들도 만나 격려했다. M램은 자석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단점을 극복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처리 속도가 D램보다 10배 이상 빠르지만, 생산단가는 낮고 수명은 반영구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M램도 상용화에 성공하면 또 하나의 세상에 없던 제품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R&D 조직을 찾아 기술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기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차세대,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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