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포스코 '니켈 합작' 36년 만에 청산

입력 2023-03-13 17:46   수정 2023-03-14 01:47

고려아연과 포스코그룹이 합작회사인 코리아니켈을 36년 만에 청산한다. 코리아니켈은 2차전지 소재와 스테인리스·특수강 원료인 니켈을 생산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왔다. 하지만 고려아연과 포스코그룹이 2차전지 원자재 공급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면서 코리아니켈과 맺고 있는 전략적 동맹의 가치가 떨어졌다. 고려아연은 코리아니켈을 정리하는 대신에 LG화학과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할 방침이다.
‘알짜 회사’ 돌연 청산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니켈은 이달 주주총회를 열고 청산 절차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연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코리아니켈은 지난해 이미 울산 온산에 자리 잡고 있는 니켈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코리아니켈은 작년 10월 포스코홀딩스(14%), 포항공과대(5%), 브라질 자원개발 기업 발레(25%)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을 437억원(주당 18만4000원)에 사들이면서 청산 수순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코리아니켈은 영풍그룹 계열사인 고려아연(34%)과 영풍(2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촌인 최내현 한국전구체·켐코 대표(10%), 영풍문화재단(5%) 등이 76%를 보유 중이다. 기타 주주 지분은 24%에 달한다.

코리아니켈은 1987년 5월 고려아연과 포스코그룹, 발레가 출자해 세운 회사다. 1988년 온산에 니켈 전기로 공장을 지었다. 코리아니켈은 발레로부터 조달한 니켈 반제품을 가공해 만든 니켈을 포스코그룹에 납품하는 형태로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67억원, 18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550억원이다.

코리아니켈 청산은 두 회사의 니켈 조달 전략 변화와 맞물린다. 두 회사는 각각 2차전지 핵심 원자재인 니켈과 리튬을 조달·가공하는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코리아니켈을 유지할 유인이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고려아연·LG화학 ‘2차전지 동맹’
고려아연과 포스코홀딩스는 나란히 2차전지 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 생산량을 22만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는 중국 자원기업 닝보리친과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연산 6만t 규모의 니켈 생산공장을 짓는다.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뉴칼레도니아에 연산 2만t 규모의 니켈 정제 공장도 건설 중이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2차전지 동맹’을 맺고 원자재 확보에 나섰다. 2017년 고려아연과 LG화학은 황산니켈 생산업체인 켐코에 각각 35%, 10% 지분을 출자했다. 지난해에는 켐코와 LG화학이 지분 51%, 49%를 출자해 합작사인 한국전구체도 설립했다. 한국전구체는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만드는 회사다. 두 회사는 지분 관계도 엮여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자사주 지분 6.02%를 LG화학의 자사주 0.47%와 맞교환했다.

앞으로 켐코가 코리아니켈 공장 등을 인수해 니켈 제련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켐코는 니켈 광석을 고려아연의 전자폐기물 자회사인 이그니오홀딩스 등을 통해 조달해 황산니켈 생산을 늘릴 전망이다. 이그니오홀딩스(니켈 조달)→켐코(황산니켈 생산)→한국전구체(전구체 생산)→LG화학(양극재 생산) 등으로 뻗는 2차전지 밸류체인이 구축될 전망이다. LG화학과의 합작을 주도한 최윤범 회장의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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