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지난 12일 오후 10시께 대전 2공장 내 가류공정(열과 압력으로 타이어를 최종 디자인)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을 중단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성형 압출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2공장을 전소시킨 뒤 물류동까지 번져 보관 중인 21만 개의 타이어를 태웠다. 화재로 2공장은 물론 1공장까지 대전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됐다. 소방당국은 불이 시작된 지 13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께 주된 불길을 잡는 초진을 완료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하루 4만 개, 연 19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충남 금산공장(연 2100만 개)과 함께 국내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곳이다. 한국타이어의 연간 국내외 생산량이 1억 개인 점을 감안하면 20%가량 생산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공시에서 대전공장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16.4%라고 밝혔다.
대전 2공장은 사실상 모두 불에 탔기 때문에 새로 짓지 않는 한 재가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1공장 역시 생산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산 재개일도 미정이다.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다른 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나누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산공장이나 중국, 헝가리, 인도네시아, 미국 등 해외공장으로 물량을 옮기는 방안이다. 대전공장은 승용차부터 트럭, 버스 등 상용차까지 다양한 차종의 타이어를 생산하며, 생산한 제품의 65%를 수출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는 타이어 수급 상황을 체크하며 당장 이번 주말 특근 시행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대체품 확보 방안도 따져보기 시작했다. 같은 차종이라도 여러 종류의 타이어를 장착하는 만큼 생산 차질은 없다면서도 장기화 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번 화재에 따른 한국타이어의 재고 손실이 순이익의 2.1%, 생산 차질은 30일로 가정할 경우 순이익의 1.5%로 추정했다. 다만 대전공장 재산종합보험(1조7031억원)으로 대부분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한국타이어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5.99% 떨어졌지만 국내외 다른 공장이 대체 생산하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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