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12일(현지시간) 긴급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은 것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SVB에 이어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까지 파산해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꺼내지 않은 ‘모든 예금 전액 보증’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등으로 추가 은행 파산이 발생하면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회의 결과는 오후 6시께 공개됐다. 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 직후였다. 아시아 증시 개장 전 은행의 잇따른 파산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SVB 매각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SVB 인수에 관심을 나타낸 PNC파이낸셜과 캐나다 로열은행(RBC)이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는 파산한 두 은행을 모두 살리기로 결정했다. 법적 보호한도인 1인당 25만달러를 넘어선 예금을 모두 보증해주기로 했다. 두 은행의 주 고객인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13일부터 예금을 바로 인출할 수 있게 허용했다. 그 재원은 은행들이 낸 예금보험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은행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Fed는 미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금융회사에 최대 1년 만기 대출을 해줄 방침이다.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보지 않도록 채권 담보 가치도 시장 가격이 아니라 액면가로 평가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산 건전성이 나빠진 중소 은행들은 언제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대출 비율이 높은 중소 지역은행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미 증시 개장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은행 시스템과 미국인들의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불안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이날 미 증시가 열리자마자 일부 은행주가 급락했다. SVB 파산 직후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이 발생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개장 직후 60% 넘게 급락하며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이 은행은 미국 11개 주에 80개 지점을 두고 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는 한때 70% 이상, 팩웨스트뱅코프는 한때 40% 이상 하락했다.
앞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12일 Fed와 JP모간체이스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가용 유동성을 700억달러로 늘렸다고 WSJ가 보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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