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였던 A씨는 올초 서울 용산에 15억원짜리 주택을 한 채 더 구입한 뒤 세금 걱정이 커졌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조정대상지역(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2주택자의 취득세를 8%에서 1~3%로 깎아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감감무소식이어서다. A씨는 새집을 사면서 취득세(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로 1억3500만원을 냈다. 정부의 취득세 완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중 82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에 막혀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당시에도 취득세 중과는 ‘징벌적 세금’이란 비판이 많았다.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거래세(취득세)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취득세 중과는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이 됐다. 이에 현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취득세 완화안을 발표했다. 2주택자에 대해선 중과세율(8%)을 폐지해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기본세율(1~3%)을 적용하고 3·4주택자와 법인의 취득세율도 깎아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취득세 완화안은 3개월째 국회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는 물론 행안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조차 못 넘고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세율 인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다. 소위 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은 “3주택 이상은 부동산 투기”라며 “이에 대한 세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주택 정책 철학이 바뀌는 것”이란 입장이다. 이해식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은 2주택자 중과 폐지도 반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전당대회 등 당내 정치 일정 때문에 취득세 완화안 처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법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문제로 여야 갈등이 심해진 데다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수매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하청 근로자와 원청 사업자의 직접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으로 여야 갈등이 증폭되면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의 취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에 야당이 협조해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아예 무산되거나 취득세율 인하 폭이 정부안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국회에 막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 정책에 시장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부동산 포털엔 “연초에 낸 취득세를 돌려받는 걸 거의 포기한 상태다” “법안이 아예 처리되지 않으면 중과 폐지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도병욱/이혜인 기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