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피시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고등어 수입

입력 2023-03-13 18:24   수정 2023-03-14 00:24

“수입 고등어로 수요가 쏠리니 ‘피시플레이션(피시+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졌네요.”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의 식품매장에서 만난 한 도매상은 “국내산 공급이 줄자 영향력이 커진 수입 업자가 고등어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매장에서 700g짜리 노르웨이산 고등어 두 마리의 가격은 1만3000원. 국내산보다 5000원 정도 싸지만 1년 전보단 소매가가 50%는 올랐다는 설명이다.

뜨거워지는 지구가 ‘밥상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한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 농수산물이 사라진 게 시작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수입 농수산물을 선호하면서 수입 업자에게 가격 결정권을 완전히 내준 것이다.

요즘처럼 수입 농수산물 가격이 치솟아도 정부나 소비자가 손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수입 농수산물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서 또 다른 후폭풍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고등어 시장이 그렇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한반도 인근 고등어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근해에선 손바닥만 한 ‘잔챙이’ 고등어만 대량으로 올라온다. “부산에서 잡힌 고등어 8만t 중 95%가 가축 사료용으로 쓰이는 작은 고등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급이 줄다 보니 고등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내산 고등어의 빈자리는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고등어가 메우고 있다. 2018년 3만6000t씩 수입되던 노르웨이 고등어는 지난해 4만9000t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는 한국 고등어 소비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노르웨이 고등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고등어 시장 상황을 간파한 수입 업자들이 가격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비축해둔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 피해는 소비자가 보고 있다.

‘적정 식량자급률’의 가치를 역설해주는 사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농수산물 자급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수입 농수산물 가격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해외 농수산물 소비 증가를 방관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 소매가는 수년 전 국내산 고등어 소매가보다 높아진 상태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저렴한 해외 농수산물을 들여온 결정으로 최근 역풍을 맞은 고등어 시장의 사례를 잘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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