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내게 맞는 환테크 방법은? [송영찬의 핀테크 짠테크]

입력 2023-03-14 12:00   수정 2023-03-14 15:27

한동안 안정세를 찾나 싶었던 달러 환율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원인은 역시 미국의 물가 상승률입니다. 둔화하던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 중앙은행(Fed)도 다시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지난 8일엔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시사하자마자 원달러환율은 하루 사이에만 22원이 뛰면서 1320원대에 재진입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3일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Fed가 긴축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하루 사이 다시 22원 넘게 급락했는데요.

이렇게 환율이 요동치면서 ‘환(換)테크’하려는 분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환전수수료를 최대한 적게 내면서 은행 모바일 앱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법들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환테크를 주식처럼?
최근 은행들은 기존에 기관과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FX트레이딩 시스템의 문턱을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 출시된 하나은행의 'FX마켓'이 대표적입니다. 주식 앱처럼 모바일 앱에서 외환을 사고 파는 걸 단순화시켜서 실시간으로 환차익을 노린 환테크를 하기 쉽게 만든 서비스입니다. 외화 매매를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외환시장 마감 후에도 달러, 엔, 유로 등의 주요 통화 매매를 밤 11시50분까지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


FX마켓은 레벨에 따라서 다른 환율우대가 주어지는데요. 가입 즉시 가입 포인트 1만 1점, 출첵 포인트 100점으로 80%의 환율우대가 주어지는 '레벨3'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석체크, 달러매매, 환율 맞히기 등의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총 2만5000점 이상일 때 최고 우대율인 90% 우대가 적용됩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가입 즉시 받을 수 있는 '80% 환율우대'가 적용된다고 가정하고 비교해보겠습니다. 지난 9일 오전 9시 원달러환율 매매기준율이 1316원일 때 80%의 환율우대를 적용받아 1달러를 샀더니 원화계좌에서 1318원이 출금됐습니다.

여기서 매매기준율은 온라인상에 '달러환율'을 검색해서 나오는 환율입니다. 매매기준율이란 아무런 환전수수료가 붙지 않았을 때의 환율로 말 그대로 기준환율입니다. 그런데 매매기준율이 1316원일 때 '송금 보낼때 환율(전신환매도율)'은 1328원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송금 보낼때 환율이 적용되면 1달러당 12원의 환전수수료가 붙는다는 뜻입니다.


FX마켓은 바로 이 '송금 보낼때 환율'이 적용됩니다. 가입 즉시엔 '80% 환율우대'가 적용되는데 이 경우 환전수수료는 12원의 80%인 9.6원이 할인됩니다. 환전수수료는 2.4원만 붙게됩니다.

현찰 살 때 환율은 어떨까요. 매매기준율이 1316원일 당시 1339원이었습니다. 전산 상에서 숫자로만 오고가는 송금 살때 환율에 비해 현금이 직접 필요한 현찰 살 때가 더 많은 환전수수료가 붙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환전수수료는 23원이 붙는 겁니다.


대부분 은행에서 이벤트로 제공하는 '90% 환율우대'는 '현찰 살때 환율'에 적용됩니다. 기본적으로 송금 보낼때 환율과 현찰 살때 환율 간의 환전수수료 액수 차이가 있으니 환율우대 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더 큰 액수가 할인되는 게 아니란 걸 의미합니다.

같은 매매기준율(1316원)일 때 '현찰 살때 환율' 기준 90% 환율우대가 되면 환전수수료 23원의 90%인 20.7원이 할인됩니다. 다시 말해 90% 환율우대가 적용되면 환전수수료는 2.3원만 붙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송금 보낼때 환율 기준으로 80% 환율우대를 받았을 때 환전수수료(2.4원)와 거의 같은 액수입니다. 환율우대 비율이 더 높아도 내는 수수료가 거의 같다는 데에 환율우대의 함정이 있습니다.
FX마켓 vs 환전지갑 vs 외화계좌
FX마켓이 항상 유리한 건 아닙니다. 달러의 용도에 따라 유리한 방법은 달라집니다.

오로지 환테크를 한다면 FX마켓 같은 은행의 외화 트레이딩 시스템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현찰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전수수료를 덜 떼는 '송금 보낼때 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거래 회수에 따라서 우대환율을 최대 90%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행이나 출장 경비 마련 등으로 현찰이 필요하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송금 보낼때 환율을 적용 받아 환전한 달러는 현찰로 출금할 경우 1% 내외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게 일반적이어서입니다.

은행들은 현찰 환전을 하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모바일 앱에서 간편하게 환전하는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찰을 수령하는 날로부터 한 달 이내라면 언제든 환율이 쌀때 환전해서 가상의 외화계좌에 넣어둔 뒤 출국하는날 가까운 영업점이나 공항에서 찾을 수가 있도록 한 서비스입니다. 각 은행 별로 국민은행은 '외화머니박스', 신한은행의 '쏠편한환전', 하나은행은 '환전지갑', 우리은행은 '환전주머니'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입니다. 달러는 대부분 90% 환율우대가 적용되고, 엔과 유로는 80%가 적용됩니다. 기타 통화에서 은행 별로 다른 우대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땐 은행 별로 비교해보는 게 좋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외화통장을 통한 직접 거래는 환율우대 혜택이 작은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서 갖고 있는 외화계좌에 달러를 채워넣기 위해선 내 원화계좌에서 내 외화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 경우 FX마켓이나 환전지갑 등의 환전 서비스를 통해 환전하는 것과 달리 환율우대가 아예 적용되지 않거나 50% 미만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FX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간편환전을 통해 환율우대를 크게 적용받아 넣어놓은 가상계좌에서 외화계좌로 옮기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환전수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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