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형사재판소의 카림 칸 검사가 사전 심판부에 러시아인 전쟁 범죄자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범죄자에 영장이 나오는 건 개전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대량 납치하고, 민간 시설을 표적 공격하는 등 두 건의 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영장에 '집단학살죄'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ICC의 카린 칸 검사(사진)는 지난 1년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전쟁범죄를 조사해왔다. 칸 검사는 세 차례 우크라이나 현지 조사를 시행했다. 지난달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를 전리품 취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납치 문제를 우선하여 다룰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개전 이후 '인도주의적 구조'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청소년을 러시아로 이송했다. 전쟁 고아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마리아 리보바 벨로바 아동권리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어린이 350여명이 러시아 가정에 입양됐고, 1000여명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데려온 어린이들을 '재교육'했다. 캠프를 운영하며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러시아 시민으로 탈바꿈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 2월 예일대 인도주의연구소(HRL)는 1년간 최소 6000여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러시아의 재교육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이 중 수백 명은 예정된 귀환 일을 넘겨 몇 달간 수용소에 갇혀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엘리스 국제변호사협회 이사는 “민간인을 국경 너머로 강제 이송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전쟁 중에는 반인륜적인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군사 목표물이 아닌 상수도와 발전소 등 민간 시설을 공격한 것도 ICC에 기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방부가 러시아의 의도적 민간 인프라 공격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ICC와 공유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ICC 수사를 도울 경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 당시 “ICC 미가입국에 대한 사법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ICC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가디언은 “백악관과 국무부는 자료 제공에 찬성하고 있지만, 국방부가 맞서고 있다"며 "이번 수사로 선례를 남길 경우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도 ICC에 회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정보를 공유해도 재판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순순히 ICC에 피고인을 내주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ICC 규정에 따르면 피고 출석 없이는 사건 심리와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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