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산운용사 영업이익률 26.1%'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우리나라 자산운용시장은 성장 둔화와 수익성 감소 등으로 정체됐다"고 꼬집으면서 근거로 든 통계들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작년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은 전부 10년 내 최저 수준이다.
이 교수는 14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로 나와 "우리나라 자산운용시장 규모는 전 세계 14위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펀드시장 규모가 다른 주요국가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요국 평균치를 살펴보면 GDP 대비 펀드시장 비율이 87%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펀드시장 비율이 30%에 불과하다.
특히 이 교수는 우리나라 운용사 중 운용자산(AUM)이 가장 큰 운용사(삼성자산운용·103위)조차도 전 세계 100위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세계 1위 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 운용자산의 2.5%에 그친다.
그러면서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글로벌 스탠다드와 뉴노멀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글로벌 스탠다드 제고를 위한 세부 추진 과제로 이 교수는 '운용사 대형화와 국제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령 인수합병(M&A) 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든가, 국내 연기금의 해외투자 시 국적 자산운용사를 적극 활용하는 식이다. 그 밖에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 간 통합 등 사모펀드 제도 개편 △투자신탁형에서 투자회사형으로의 전환 등도 언급했다.
아울러 뉴노멀 대응을 위해선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반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기준 마련 등 정합적 ESG 활동 △고령화 등에 대비한 퇴직연금 활성화 △관련법 정비 등을 통한 토큰 증권시장 생태계 구축 등 디지털 경쟁력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뒤이은 패널 토론에서도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대표는 "국내 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선 글로벌 금융회사가 국내에 많이 진출해 금융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규제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채준 서울대 교수는 "아웃바운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능력과 글로벌 지향성의 부족이고, 인바운드의 장애물은 각종 비정형적 규제와 낡은 경영관행이라고 설명하며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달성 가능한 과제"라면서 업계와 정부의 지속적인 소통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이날 세미나는 전일 열린 '금융산업 글로벌화 태스크포스'(TF)의 후속조치로 진행된 것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했다. 통상 연구계나 학계에서 기조발제를 맡아온 것과 달리, 이번 세미나는 금융투자회사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금융투자협회의 서유석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기조발표를 했다. 아울러 일부 증권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토론에 참여해, 시장 참여자인 업계가 직접 화두를 이끌어나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괄목할 만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예금 중심의 가계금융자산 구조,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와 규제 등 한계 요인이 여전하다"면서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에서 탈피해 자본시장을 육성하고자 하는 유럽연합(EU)의 자본시장 동맹 움직임을 긴밀히 살펴가며, 우리나라도 글로벌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해외 진출 관련 규제 개선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ESG 대응 등을 통해 10년 내 아시아 톱3 증권회사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연금?자산관리 활성화를 통한 국민 노후준비 지원, 공모펀드 경쟁력 강화와 사모펀드 성장 지원, 대체거래소(ATS) 인가 등 K-자본시장의 질적 업그레이드,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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