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번 방일은 그간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정상화에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1박2일 일정을 소개했다. 이번 방문은 촉박한 일정을 감안해 공식 환영식 등 의전을 대폭 간소화한 ‘실무 방문’ 형태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도쿄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오찬을 겸한 동포간담회를 연다. 오후엔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및 만찬 등 공식 일정이 이어진다. 회담 직후에는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다.
양국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 대(對)한국 수출규제 해소,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국) 복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복원 등 현안을 놓고 막판까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잘 작동되고 있지만 지난 정부가 중단·보류하는 과정에서 형식상 매끄럽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지소미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단순히 주고받기식으로 협상하기보다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보고 일본 측 대응을 기다리자”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양국 정상이 흉금을 터놓고 마주앉은 자리에서 여러 의제가 일괄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언론에서는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번화가인 긴자 주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이후 오므라이스로 유명한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로 옮겨 대화를 이어갈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인 17일 오전엔 한·일 의원연맹 및 협력위원회 소속 정·관계 인사들을 접견한다. 이 자리에는 아소 다로 전 총리(현 자민당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도 참석한다.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이 여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한·일 양국 경제인과 오찬을 할 예정이다. 양국 경제계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의 일환으로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 설립 등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경제인 오찬을 마친 뒤 게이오대로 이동해 현지 학생과 한국인 유학생 등을 만나 미래 한·일 관계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한·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이 양국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한 결단이란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올여름 한국을 답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형주/좌동욱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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