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5일 14: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이브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에 응할지 여부가 SM엔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SM엔터 지분을 최대 35%까지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지분 15.78%를 보유한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를 통해 팔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SM엔터 주가는 15일 전날보다 1.30% 하락한 주당 11만36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찍은 최고가 16만1200원에 비해서는 29.5% 떨어졌다. 하이브가 지난 주말 SM엔터 경영권 인수 포기를 선언한 후 주가가 급락했다. 하락폭이 예상보다 컸던 이유는 하이브가 보유한 지분 향방의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하이브는 지분 처리 방식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SM엔터 지분 처분 방안에 대해 “담당자들을 다 휴가 보낸 상황”이라면서 “합리적으로 도리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카카오와의 협상 과정에서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수해달라고 요청할 권리)를 보장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하이브와 카카오 간 ‘깜깜이 합의’에 시장은 혼선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지난 13일 SM엔터 지분에 대해 경영권 참여 목적에서 단순투자목적으로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을 두고 이미 지분 처분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 양 측의 실익만 놓고 보면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이브로서는 주당 12만원에 사들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약 15% 중 약 5%를 주당 15만원에 팔 수 있다. 한달여만에 2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사 주주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선택일 수 있다.
하이브가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공개매수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자본시장법상 주요 주주가 지분 취득 후 6개월내에 처분할 경우 매매차익을 회사에 귀속시켜야 한다. 내부자 정보를 통해 매매차익을 거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공개매수 등에 참여할 경우 예외로 두고 있다.
카카오로서도 하이브 지분을 되사온다고 하면 이번 공개매수로 일정 부분을 소화하는 편이 전체 인수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다른 처분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카카오가 애초 공개매수를 발표한 건 하이브와 대치 상황에서 소액주주 지분을 사주겠다는 것이었다. 전격 합의를 한 하이브가 소액주주 기회를 뺏으면서까지 서둘러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자칫 심각한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이번 공개매수 참여하지 않고 카카오 측에 일정 가격에 주식을 넘기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된다. 다만 카카오와 하이브간 주식 거래는 공개매수 종료 시점에서 6개월 이후로 예상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개매수에 나선 카카오는 6개월 내에 공개매수 방식이 아닌 블록딜이나 장외매수 방식으로 SM엔터 주식을 취득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나 컴투스 등 뭉치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에 14.8%를 넘긴 뒤 3.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지분에 대해서는 하이브에 주당 12만원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이 걸려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15만원으로 더 높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컴투스도 SM엔터 지분 4.2%를 보유 중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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