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세제혜택 지원이 필요합니다. 상호 면허 인정 국가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15일 서울 마포동 현대빌딩에서 진행한 '산업경쟁력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이번 포럼은 '해외의료사업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정부의 중동시장개척단에 병원수출·환자유치 사업이 포함된 것은 2009년부터다. 해외에선 한국 의료에 대한 인지도조차 없던 때다. 이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등이 함께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면서 연간 50만명(2019년 기준)이 진료나 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이 주춤했지만 국내를 찾은 누적 외국인 환자는 320만명을 넘었다. 국경이 열리면서 환자 유입은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료기관의 해외진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04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왕립병원인 셰이크칼리파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살려 2021년에는 1조4000억원 규모 쿠웨이트 뉴자흐라병원 위탁 사업도 따냈다. 병원 개원을 위한 현지 행정절차 등을 진행하는 단계다.
이 교수는 "쿠웨이트 병원수출은 앞선 셰이크칼리파보다 한국 의료진을 적게 파견하는 데다 현지 병원 운영 예산을 서울대병원에서 운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종류의 국산 제품 등이 진출하는 의료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UAE, 쿠웨이트 파견 의료진은 한국에서의 경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이들에 대한 세금 지원 등의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의사 면허를 현지에서도 인정해 추가 시험 등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런 상호 면허 인정은 정부 간 협의를 통해서만 결정된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UAE 등 중동 국가들도 이런 협력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도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기혁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지케어텍 전무)는 "미국에서 매출 7조원인 공룡 전자의무기록(EMR) 기업이 한국 진출은 시도조차 못할 정도로 진료시스템, 의료장비는 해당 국가의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정부 부처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시장 개척을 이끌고 기업들이 영업력을 보태는 민관 합작 프로젝트 등을 가동해 디지털 헬스케어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모델을 가동하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EMR 시스템이 낙후된 유럽 국가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이 교수는 평가했다.
병원 집행부가 바뀌면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데이터 규제 완화 요구도 있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진단기기, 의약품 등 보건의료 수출은 증가해 오히려 기회가 됐다"며 "데이터 3법이 통과한데다 데이터중심병원까지 확대하면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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