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5일 15: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을 놓고 맞붙었다. 차파트너스가 제시한 '자사주 매입을 활용한 공개매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두고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차파트너스는 소액주주 설득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자사주 매입 통한 공개매수 가능한가
남양유업 경영진은 차파트너스의 의결권대리행사권유에 관해 의견표명서를 14일 공시했다.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의견표명서는 김승언 경영지배인이 작성했다. 2021년 신규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었으나 홍원식 회장 일가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한앤컴퍼니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지배인을 맡게 된 인물이다. 남양유업은 차파트너스가 제출한 안건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자기주식 취득 요구는 회사 재무 여건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당 82만원에 소액주주 지분의 50%에 해당하는 주식을 자사주로 취득하려면 1916억원이 드는데, 매년 7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발생하는 회사에게 무리한 요구란 것이다. "주주제안자는 회사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눈앞에 단기적 이익에만 치중한다"며 주주들에게 "차파트너스 대신 회사 측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차파트너스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차파트너스는 단순히 자사주를 매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주주들에게도 투자회수의 권리와 '선택권'을 달라는 게 취지라고 강조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이번 의안은 올해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과 의무공개매수의 조합 혹은 의무공개매수의 대체 방안으로 제시됐다"며 일반적인 자사주 매입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새로운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향후 주주가치를 높여 주가가 주당 82만원 이상으로 오를 거라 생각하는 주주가 많다면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청약률은 매우 낮을 수 있고 결과에 따라 공개매수에 쓸 실제 자금은 수백억원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수 주주 50% 이상이 새 경영진을 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1900억원 가량을 써야 한다고 공격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비핵심자산과 운전자본이 약 4000억원에 달해 안건 이행 자금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주당 82만원의 공개매수가가 남양유업 주식의 내재가치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차파트너스가 분석한 남양유업의 청산가치는 주당 약 116만원이었다. 홍 회장과 한앤코의 법적 분쟁은 주당 82만원이 내재가치보다 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나머지 주주들의 가치가 증가한다는 게 차파트너스의 논리다.
남양유업의 "많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가가 오르자마자 팔고 떠나는 일명 '먹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언급에도 선을 그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 주식을 단기 매도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주식 100%를 인수하는 게 아닌 이상 소액주주는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고, 감사를 통해 견제와 감시 역할을 지속하겠단 입장을 전했다. 시일 내로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자료를 배포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소액주주 표심 어디로
오는 31일 열리는 남양유업 정기 주총에서 소액주주 표심에 특히 주목되고 있다.소액주주만으로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자사주 매입 안건을 통과시키긴 어렵지만 감사 선임은 대주주 지분이 3%로 제한되는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2020년 7월까지 남양유업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후 추가 매도해 현재는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많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약 8%대로 추정되는 외국인 지분과 3%를 보유한 차파트너스 등 일부 기관 보유량을 고려하면 소액주주 보유 지분율은 35%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앤코와 홍 회장 일가가 주총 전 차파트너스에 접촉해 안건 조율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홍 회장과 한앤코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감사 선임 안건이 대상으로 언급된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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