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5일 15: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금액이 수백억원이 이르는 대형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연달아 체면을 구겼다. 공모 단계에서 투자 수요를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주가는 코스닥 상장 첫날인 15일 시초가(9370원)보다 0.43% 상승한 9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가 공모가(1만원)보다 낮게 형성된 이후 1만원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스팩 중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건 미래에셋드림스팩1호가 처음이다. 지난 2월 상장한 미래에셋비전스팩2호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됐다. 유안타스팩13호와 삼성스팩8호, 하나스팩26호, NH스팩28호 등도 공모가 대비 0.5~5% 높은 가격에 거래를 시작했다.
중소형 IPO 공모주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 자산으로 꼽히는 스팩에 대한 투지 열기가 한풀 꺾인 영향이 크다. 앞서 상장한 스팩 공모주의 주가 흐름이 다른 중소형 IPO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더욱 스팩을 외면하는 흐름이 확대됐다.
15일 종가 기준 올해 신규 상장한 중소형 IPO 기업 14곳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약 101%로 집계됐다. 반면 스팩의 평균 수익률은 0%다. 미래에셋비전스팩2호와 NH스팩28호를 제외한 스팩 4개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해서다.
대형 스팩일수록 주가 하락 압박은 더욱 큰 상황이다. 공모가가 200억원이 넘는 스팩 중 주가가 공모가 이상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공모 단계에서도 대형 스팩은 연이어 외면 당하고 있다. 코스닥 최대어(공모금액 700억원)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가 일반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한 데 이어 KB24호스팩(공모금액 400억원)도 지난 9일 기관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시장 상황을 살펴 다시 상장 도전 시기를 정할 예정이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내부적으로 준비하던 대형 스팩에 대한 전략 재점검에 들어갔다. 향후 증시 변동성 확대 등을 감안해 대형 스팩을 준비했지만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당분간 덩치를 키우기보단 다양한 규모의 스팩을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스팩 투자는 긴 호흡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공모주 시장이 지나치게 단기 수급에 따라 좌우되는 시장이 되면서 활성화를 꾀하기 어려워졌다”며 “스팩 공모가 역시 2000원과 1만원이 혼재된 상황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공모가 1만원에 등장하는 대형 스팩에 대한 이미지 역시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스팩 규모를 이전보다 키우는 추세다. 기존에는 중소형 증권사는 주로 100억원 미만의 스팩을 위주로 다뤘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2월 공모금액 170억원 규모의 유안타스팩13호를 상장시킨 데 이어 유안타스팩11호(공모금액 150억원) 상장을 추진한다. 작년 말 한 차례 수요예측 실패로 철회한 뒤 재도전이다.
키움증권은 작년에 약 4년 만에 스팩 상장을 재개한 데 이어 올해 130억원 규모의 키움스팩8호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그동안 상장시킨 스팩 중 가장 큰 120억원 규모의 스팩 상장에 도전한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스팩합병 레코드가 없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최근 스팩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합병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며 “공모금액이 150억~250억원 규모의 중형 스팩이 시장에서 소화되는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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