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싫다" 재택 중단에 불만…IT 기업들 공들이는 '이것'

입력 2023-03-16 07:00   수정 2023-03-16 16:11


지난 14일 오전 11시30분께 카카오 판교 신사옥 '아지트' 지하 1층 구내식당. 회사 출입 카드 목걸이를 건 직원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15분 뒤에는 식당 입구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식사시간인 정오가 되자 식당 입구 밖까지 기다란 대기줄이 생겼다.

이날 인기 메뉴는 '돈가스'였다. 구내식당 '춘식도락'에서 만난 한 직원은 "줄이 진짜 길다"며 "12시10분부터 줄 섰는데 아직 배식을 못 받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은 '화이트데이'였지만 약 650석 규모의 넓은 구내식당은 식사를 하려는 직원들로 가득 찼다.

'출근령' 떨어지자 북적이는 판교…"재택근무는 옛말"

코로나19 기간 '재택근무'가 확산했던 판교 테크노밸리가 다시 북적이고 있다. 2년 이상 재택근무를 유지해오던 카카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새 근무제 '카카오 온(ON)'을 도입했다. 게임사들도 사무실 근무 체제로 돌아오는 등 판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종료한 여파다.

15일 오전 9시30분께 신분당선 판교역 개찰구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데만 몇 분씩 걸릴 정도였다. 판교역에서 넥슨 사옥으로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대형 전세버스가 금세 다 찰 만큼 직원들이 끊임없이 올라탔다. 5분새 직원들을 가득 태운 전세버스 3대가 출발했다. 다른 통근버스 사정도 비슷했다. 매일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한다는 한 IT 회사 직원은 "코로나 기간에는 퇴근버스 자리가 30%밖에 안 찼는데 최근엔 거의 90% 이상 찬다"며 "확실히 코로나가 재택근무 종료로 많이들 사무실로 복귀한 것 같다"고 말했다.


IT 회사들 가운데 재택근무를 비교적 일찍 끝낸 곳은 게임사들이다. 게임업계 특성상 신작 개발부터 기획, 디자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부서 간 밀도 있는 소통이 필요한데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신작 출시가 지연되는 등 실적 악화 등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지난해 6월부터 선제적으로 전면 출근제를 시작했고 이어 스마일게이트·넷마블·한글과컴퓨터·NHN 등 업계 전반으로 재택근무제 축소·종료가 확산됐다.

이날 오전 네오위즈 사옥 1층에 위치한 카페 역시 커피를 마시면서 회의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직원들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네오위즈는 지난달부터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대면 출근제로 근무방식을 변경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무실에 나오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전 직원에게 세 끼 식사를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짜 점심 드릴게요"…판교역 이용객 4만5000명으로 '껑충'

재택근무 종료로 최근 신분당선 판교역 사용자 수도 급증했다. 지난 12일 기준 판교역 일 사용자 수는 약 4만5000명(편도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인 1년 전 2만7000명과 비교하면 67% 늘어난 수치다.

대면 출근이 본격화하면서 일각에선 임직원들 불만도 흘러나온다. 특히 출퇴근 소요시간과 교통비, 식대 등 불필요한 시간 및 금전적 지출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카카오, 야놀자 등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 중단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직원들 불만을 의식한 듯 IT 업계는 구내식당 이용 비용을 지원하고 메뉴를 다양화하는 등 직원 복지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재택근무하던 직원들을 다시 사옥으로 불러들이면서 식사의 질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 기간 축소했던 구내식당 운영 규모를 최근 확대하고 채식하는 직원들을 위해 샐러드 볼과 비건 메뉴를 추가했다. 카카오와 넥슨은 구내 식당 확장·개선 공사를 진행 중이며 네이버도 최근 메뉴 구성을 다양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교 외부 식당을 이용하려면 최소 1만5000원은 있어야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물가가 비싸다"며 "전면 출근제 도입으로 불만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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