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사진)가 말한 축산업 디지털전환(DX)의 핵심이다. 경 대표는 국내 최초의 데이터 기반 가축 헬스케어 서비스 회사인 한국축산데이터를 운영하며 비대면으로 축산농장 관리를 돕고 있다. 전국 약 70만 마리의 가축이 이 회사의 농장관리 솔루션 팜스플랜으로 길러지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정보기술(IT)로 축산 기술 전수를 돕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던 축산업은 한 명의 전문가가 고도의 경험과 감각으로 사업을 확장해도 이를 2세나 3세, 또는 다른 직원에게 전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경 대표는 “훌륭한 축산인이 소 3마리로 시작해 500마리 규모 농장을 만들어놔도 노하우를 잘 전해주지 못해 폐사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가축의 건강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항생제를 다량 투여해야 해서 인간과 환경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경 대표는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AI) 전문가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AI 검색엔진을 연구했다. 그는 AI를 통한 의사결정에 주목했고 이는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중에서도 디지털화가 덜 되고, 인간이나 반려동물에 비해 건강 데이터가 비교적 많은 가축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뼛속까지 공대생인 그가 1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우선 대부분의 농장은 데이터가 전무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농장에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 어떻게 농장 업무를 효율화할지 고민하며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업계 특성상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난관이었다. 섣불리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경 대표는 “주변 유명인의 성공 사례가 있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며 “소수의 농장주가 우리 솔루션을 도입해 줬고, 이에 대한 결과가 잘 나와서 점차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동물의 혈액 분변 체액 등 내부 지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임상학적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체중 증감 등은 카메라를 달아 컴퓨터 비전 영상으로 분석해 모니터링한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수의사가 진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 과정의 비효율도 크게 줄였다. 우선 방문 진료를 해야 하는 물리적 비효율을 감소시켰다. 또 축적해둔 가축과 농장 데이터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 경 대표는 “수의사의 물리적 불편함을 기술로 해결하고, 진료 퀄리티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고 했다. 바이오·AI·수의학 등 전문 분야와 기술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이 5%에 불과한데 이를 올해 안에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경 대표는 최근 챗GPT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기존 전문 영역이 파괴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챗GPT에 여러 가지를 물어봤는데 축산과 바이오 쪽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다”며 “차별화된 데이터를 가진 스타트업이 AI로 할 만한 게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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