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은 1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중단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다 사흘 전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방 의장은 “인수하는 입장에선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비용이 크게 느껴진다”며 “그래서 인수 대신 원래 로드맵대로 글로벌로 나아가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이날 K팝 열풍에 관련된 기조연설 진행에 앞서 기자들로부터 SM엔터 인수전에 관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는 SM엔터 인수에 관한 검토를 2019년부터 했다고 밝혔다. “2019년에 이미 인수 제안을 두 차례 했습니다. 여러분이 루머로 들었듯 거절당한 것도 맞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한번 더 인수 논의가 있었고, 이번에 이수만 씨에게 연락이 와 진행이 됐습니다.”
하지만 결국 SM엔터 경영권은 카카오에 돌아갔다. 하이브는 이들과 플랫폼 협업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방 의장은 “이렇게 말하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한다는 분도 있겠지만, 플랫폼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 저는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15.8%의 SM엔터 지분에 대해선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 의장은 “사실 인수 관련 팀원을 모두 휴가 보냈다”며 “그분들이 오늘내일 다 복귀할 것이고,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의 인수 절차 중단에 대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반응도 전했다.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방 의장은 인수전 결과와 별개로 K팝 시장 발전을 위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팝 기업의 글로벌 음반·음원 시장 매출 점유율은 2% 미만”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엔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엔 현대차가 있듯, 이 시장에서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이브는 이를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 외에 빌리프랩(엔하이픈), 쏘스뮤직(르세라핌) 등 산하 레이블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언제가 됐든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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