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칙연산의 발명자들이 3○3=6이라고 적어놓고 빈칸에 ×를 채워 넣었다면, 오늘날엔 ×가 ‘더하기’의 의미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에선 태초부터 +가 더하기였던 양 가르친다. 적지 않은 학생이 ‘계산기계’로 자라는 데엔 이유가 있다.
푸드테크 기업들이 가까스로 짓는 스마트팜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한국인 근로자는 언감생심이니 외국인이라도 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젠 외국인마저 고된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정보기술(IT)과 첨단 농기계를 도입하지 않으면 도저히 업(業)을 유지할 수 없다.
실상이 이런데도 이익단체, 노동조합의 선동꾼들은 100년도 넘은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도그마를 강변한다. 잇속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적 원인·결과의 오독(誤讀)이다.
DB그룹(옛 동부그룹)이 스마트팜도 아닌, 유리온실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농민들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게 10년이 다 돼 간다. 이젠 대다수 농민이 첨단 농법이 없으면 생업을 잇지 못한다는 걸 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7개 단체가 정초부터 “정부의 푸드테크 활성화 방침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열어준 것”(지난 1월 18일 기자회견)이라고 반대한 건 그래서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
공무원들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최고의 대면 서비스가 요구되는 호텔에서 룸서비스·청소 로봇이 등장한 건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다.
만성화한 일손 부족으로 주요 호텔은 꼭 필요한 음식료 서비스 인력 네 명 중 한 명이 빠진 채 운영되고 있다. (한국호텔업협회, 2~5성급 호텔 20곳 조사) 호텔들은 1년 이상 문체부에 비전문비자(E-9) 소지자 채용 한도를 늘려달라고 읍소 중이지만 해결이 안 되고 있다. 문체부가 법무부와 열심히 협의 중이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업계 입장에선 일각이 여삼추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우는 ‘구인 대란의 방조자’들은 강력한 원인 제공자다. 이들이 가격 결정 과정 곳곳에 암 덩어리를 쌓아 우리도 모르는 새 일상이 공격당하는 중이다.
착한 바보가 돼 방관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눈을 부릅뜨고 무엇이 진짜 원인인지 가려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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