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총량 줄이거나, 전면 백지화할 수도

입력 2023-03-15 23:29   수정 2023-03-16 02:07

정부와 여당이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손질하기로 하면서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이 안갯속에 빠졌다. 고용노동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개혁 후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주 52시간제 개편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그동안 주 69시간이 노동자 동의도 없이 추진되는 것처럼 알려지고 ‘69’라는 숫자에 (논의가) 제한된 측면이 있었다”며 “여론조사와 설문조사를 해 노동 약자들이 원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근로시간 총량을 주 최대 69시간에서 대폭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근로시간 총량에 캡(한도)을 씌워보자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산업재해 관련 고용부 고시에 따른 ‘과로’ 인정 기준인 ‘주 최대 64시간’ 아래로 한도를 정하는 방안이 주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출퇴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를 준수하는 경우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가능하도록 하고, 준수하지 않는 경우 주 최대 64시간 근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 최대 64시간 아래로 캡이 씌워진다면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는 현행과 같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주 52시간제 개편을 전면 백지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이미 ‘1주 69시간 근무’라는 프레임(틀)에 갇힌 상태여서 이 개편안을 계속 추진했다가는 총선을 앞두고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며 “일단 철회하고 기존 제도인 선택근로제와 탄력근로제의 활용 문턱을 낮춰서 경직된 주 52시간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근로자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쌓고, 기존 주 69시간제 개편안을 부분적으로 수정해 시행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당 52시간이냐, ‘플러스 알파’냐 이런 것도 있지만 일은 시키고 수당은 안 주려 한다거나, 말로는 한 달간 휴가를 보내준다지만 그게 가능하냐는 지적도 있으니 같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안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MZ세대 노조로 구성된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임원들과 긴급 회동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재검토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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