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반한 '세계 1위' 한국 회사…2700억 '잭팟' 터졌다 [최형창의 中企인사이드]

입력 2023-03-16 07:00   수정 2023-03-16 08:58


“테슬라는 직접 사기도 했고, 부품을 제공하는 회사들에도 우리 제품을 쓰도록 하는 상황입니다.”

15일 경기 용인 연구개발(R&D)센터에서 만난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고영은 3차원(3D) 납도포검사장비(SPI)와 3D 부품 실장 검사장비(AOI)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3D SPI는 인쇄회로기판(PCB) 표면에서 납땜의 불량을 잡아낸다. AOI는 납땜 위에 다른 부품이 제대로 얹혀 있는지 검사하는 장비다. 세계 3200여개 고객사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기업이 수두룩하다.
뇌수술 로봇 개발…의료시장 도전
고영은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보한 3D 반도체 검사 장비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의료 수술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 대표는 “의료시장이 고영의 미래”라고 했다. 뇌수술용 로봇인 카이메로는 국내 여러 대형 병원 신경외과 수술실에 설치됐다. 수술 실적만 300건을 넘어섰다.

이 로봇을 들고 고 대표는 미국으로 갔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기 위해 승인만 남았는데, 어느새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는 “의료 관련 비즈니스는 일반 산업용과는 달랐다. 생산시스템뿐 아니라 하물며 ERP시스템도 다른 것을 깔아야했다”면서 “인증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그만큼 명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에 승인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승인 이후 로봇 몸체를 바꿔주는 방식으로 척추 수술 등에 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고영의 뇌수술 로봇을 명품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보통 장비는 명품이 있으면 중간급도 있고 저렴한 것도 있는데 의료는 그렇지 않다”며 “사람 목숨을 다루기 때문에 명품 전략을 써야 한다. 오로지 명문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뇌수술에서는 수술 장비의 정밀함이 중요하다. 카이메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뇌 속 신경과 동맥 등을 건드리지 않고 길을 찾아준다. 또 뇌 심부에 전극을 심는 기능을 갖췄는데, 특히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적이다. 로봇 몸체와 센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
로봇 1세대의 도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제어계측학과에서 석사를 한 고 대표는 한 국책연구원에서 일하다가 로봇 연구원을 뽑는 금성사(현 LG전자)의 광고를 보고 그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하지만 부족함을 느낀 그는 1985년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LG산전(현 LS산전) 연구소로 복귀했다. 동료들과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산업용 기계 등을 만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미래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고 대표는 2002년 마침내 고영을 창업했다.

고영이라는 이름은 창업 초기 고 대표의 성과 동업자의 이름 끝 글자를 따서 지었다. 하지만 동업자는 이내 회사를 떠났다. 그래서 영자의 의미를 바꿨다. 창업하기 전 직장이 미래산업이었는데, 당시 함께 둥지를 옮긴 이들이 과장급의 비교적 젊은 직원들이었다. 그래서 고 대표의 ‘고’와 젊은 직원들을 묶어 ‘영(Young)’이라고 붙였다. 개국공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인화 전기차 확산 호재로 작용
지난해 고영 매출은 2754억원으로 전년(2473억원) 대비 11.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42억원으로 전년(413억원)보다 7% 늘었다. 고 대표는 “10년 넘게 투자하고 있는 미국 의료시장에서 판매가 본격화하는 2025년부터 매출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인화 바람과 전기차 확산도 고영에 호재다. 고 대표는 “인건비 상승으로 무인화 수요가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그럴수록 품질이 보장되고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고영의 장비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전기차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검사 관련 제품 판매도 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공정 관리 솔루션은 고영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양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불량 발생 등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고 대표는 “소프트웨어 매출이 두드러질 때까지 계속 변신하겠다”고 말했다.

연초 1만3000원 안팎을 횡보하던 고영 주가는 기관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최근 1만5000원대까지 올랐다.

용인=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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