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외국인 고객과 함께 오사카의 인기 온천 시설 '가미가타 온천 잇큐(上方?泉一休)'내 레스토랑에서 소바를 주문한 재일동포 사업가 정모씨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맞은편의 외국인 고객이 소바를 한 젓가락 집어들자 그 속에서 바퀴벌레가 나왔기 때문이다. 소바 속의 바퀴벌레는 면을 데칠 때 함께 삶긴 듯 죽은 상태였다. 직원의 실수로 바퀴벌레를 보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주방의 위생상태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레스토랑 관계자가 사과하고 소바값을 환불해 줬지만 불쾌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정씨는 "속이 메스꺼운 건 둘째치고 외국인 고객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미가타 온천 잇큐는 오사카 도심 속에서 간사이 최대 규모의 노천탕과 세계 최초의 초미립자 안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온천 시설이다. 오사카의 인기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 근처에 있어서 두 시설을 동시에 방문하는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이 온천의 운영사는 고급 숙박시설 및 레스토랑 예약 전문 사이트인 '잇큐(一休)'다. 바퀴벌레 소바가 나온 레스토랑은 '유아가리 차야 잇큐(湯上り茶屋一休)'라는 소바와 우동 전문점이다. 이 레스토랑은 '플랫 필드 오퍼레이션스'라는 외식업체가 위탁 운영한다.
잇큐 관계자는 바퀴벌레 소바에 대한 한국경제신문의 문의에 "유아가리 차야 잇큐는 자사가 운영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플랫 필드 오퍼레이션스에 문의해 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잇큐 역시 위생관리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유아가리 차야 잇큐'라는 레스토랑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고객들은 잇큐의 평판을 믿고 이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미가타 온천 잇큐 홈페이지도 유아가리 차야 잇큐를 "일반적인 온천 시설에서 식사는 부차적인 시설 취급을 받지만 잇큐는 다릅니다"라고 소개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잇큐가 레스토랑을 직접 관리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플랫 필드 오퍼레이션의 가토 다이키 서일본 영업부 매니저는 "해당 사안에 대해 본사도 인식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책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1년에 물을 두 번만 교체한 고급 온천 여관, 콘베이어 벨트 위의 초밥이나 간장 등에 침을 바르는 '회전초밥 테러' 등 위생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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