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승용차 평균 가격이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5000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해외 레저용 차량(RV) 평균 가격은 6000만원을 처음 돌파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급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공장 가동률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시켜 ‘최대 생산, 최대 판매’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집중 판매하고 있는 RV의 해외 평균 가격은 지난해 5090만원으로 2021년보다 12.0% 상승했다. 제네시스, SUV 등 상품성과 수익성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차량을 출시한 결과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출시 6년 만에 주요 프리미엄카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현지 2월 평균 가격은 6만2768달러로 전년보다 9.1% 높아졌다. 도요타의 렉서스(5만7387달러), 제너럴모터스(GM)의 GMC(6만1694달러), 닛산의 인피니티(6만1363달러) 등을 모두 앞질렀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시카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형 SUV GV70는 권장소비자가격(MSRP) 대비 웃돈이 가장 많이 붙은(27.5%) 차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GV80 역시 21.0% 웃돈이 붙어 산업 평균(8.8%)을 훌쩍 뛰어넘었다. 프리미엄카는 상품성뿐 아니라 ‘헤리티지(유산)’가 중요해 오랜 시간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올해도 상품성이 높은 고가 차량 판매를 중점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는 최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에서 “대당 판매 이익이 500만~800만원 수준인데, 판매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전기차 판매 이익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한 자릿수 중반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올해 전기차 24만8000대를 판매하고, 2026년엔 69GWh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81만 대의 전기차를 팔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는 만큼 주말 특근 등을 늘려 공장 가동률을 더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94.6%였던 기아의 국내 공장 가동률은 지난달 100%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77만 대 수준의 인도공장 생산만으로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 GM의 현지 공장 인수까지 추진 중이다.
금리 인상 여파에도 수요는 아직 탄탄한 편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국내 대기 물량은 100만 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대기 수요도 각각 최대 120만 대에 달한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책을 계속 마련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플릿 판매(렌터카 등 법인에 파는 물량)’를 기존 목표(30%)보다 40%까지 높여 잡았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