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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16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해 애초 0.5%포인트 인상(자이언트스텝)이 유력했다.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게 새로운 변수가 됐다.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CB의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열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한 여파가 대서양을 건너 크레디트스위스로까지 번진 직후이기 때문이다.
이 사태 전 ECB는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지난달 회의에서 2연속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연 3%로 끌어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박을 고려해 3월 회의에서도 0.5%포인트 인상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8.5%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블룸버그는 “SVB와 크레디트스위스 모두 유로존에 속하지는 않지만 위기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주요 기준금리 결정이어서 주목된다”고 했다.
ECB의 금리 결정은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상할 수 있는 이벤트라는 얘기다. 이번 사태 이후 Fed가 빅스텝을 단행할 확률은 ‘0’으로 떨어지고 베이비스텝 확률이 80% 수준으로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CB 입장에서 물가를 잡는 것도 급하지만, 당장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CB가 베이비스텝을 결정할 경우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회의에서 예고한 3월 빅스텝 계획을 번복하는 것이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인플레이션도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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